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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다역 슈퍼주부/신현모양처(한국의 30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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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다역 슈퍼주부/신현모양처(한국의 30대:10)

입력
1997.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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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 엄마·열성 아내·자기계발/자녀·남편·자신에 1/3씩 투자/똑똑한 아이 잘난 남편 만들기 끝없는 성취욕/가족이기주의 치맛바람 등 일부선 비판도30대 가정주부들은 「슈퍼주부」를 꿈꾼다. 자녀욕심, 자기욕심, 남편욕심.이 3가지 욕심은 슈퍼주부의 원동력이다.

결혼 8년째인 주부 김계호(35·서울 성동구 금호3가)씨는 6세된 큰 딸 가은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유치원교육보다 자신이 직접 가르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습지도 받지 않는다. 손수 서점에 나가 교재를 구해 한글과 산수를 가르친다. 그 대신 한달에 한 번 딸과 함께 대학로에 나가 어린이연극을 본다.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남편에 대한 정성도 유별나다. 인조손톱 등을 제작·수출하는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동갑내기 남편 이규복씨는 아침마다 영어회화 학원에 다닌다. 김씨의 극성이 작용했음이 물론이다. 「편안함의 내조」는 물론 남편의 사업경쟁력 배양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그렇다고 남편과 딸이 김씨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딸은 딸이고 남편은 남편」이라는 생각도 분명하다. 자녀와 남편을 통해 인생을 보상받겠다는 예전 어머니들과 같은 생각은 없다. 김씨는 지난해말 성동구 YWCA 청소년회관에서 컴퓨터를 배웠다. 조만간 집앞 헬스클럽에도 나갈 계획이다. 김씨는 『하루 일과의 3분의 1은 나 자신에게 투자하고 싶다』며 『자기계발이 결국 가정의 행복과 활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30대 전업주부들이 벌이는 이같은 전방위활동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것에 대한 해답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그들 자신이 본격적인 고등교육을 받은 배운 세대라는 점이다. 그들은 오늘과 같은 복잡한 경쟁사회에서 자녀와 남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30대가 어머니세대의 무한희생을 보며 자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자녀와 남편만을 위한 맹목적 자기희생의 결과를 체험적으로 관찰하며 분석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녀와 남편, 그리고 나」라는 30대 주부들의 「정립형 가치관」이 이전 세대의 「일방적 희생관」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30대 전업주부들의 자기계발 욕구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차원의 취미생활을 넘어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전세대에게 인기있던 꽃꽂이나 서예보다 컴퓨터 인테리어 자녀글쓰기 등 실용적인 주부강좌 프로그램이 인기있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모 신문사 문화센터에 개설된 「인형만들기와 인형극반」 졸업생 10여명은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두번씩 교회 어린이부와 유치원을 다니며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다. 남편이 자영업을 하고 있는 윤서란(32·서울 서대문구 연희1동)씨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동안 기공을 배웠다. 기공을 하면서 1월에는 1주일에 2번씩 단소무료강습을 받았다. 이 기간에 세진컴퓨터랜드에서 하는 2주짜리 컴퓨터강습도 겹치기로 들었다. 윤씨는 『극성스럽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배우지 않으면 몸살이 날 것같다』고 말했다.

몸매 가꾸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것도 30대 주부들의 공통점이다. 두 아들을 두고있는 이금지(37·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꾸준히 해온 운동 덕분에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씨는 『4년전부터 일요일을 빼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영과 에어로빅을 하고 있다』며 『처녀때의 몸매를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0대 주부들의 자녀교육 또한 극성스러울 만큼 유별나다. 하루에 세탕, 네탕식 이어지는 과외·학원보내기로 도가 지나치다는 핀잔을 들은지도 이미 오래됐다. 하지만 그들도 할 말은 많다. 교육풍토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두고 있는 김미선(37·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입시경쟁은 여전한데 부모들만 탓하는 시각도 잘못』이라며 『학교에만 맡겨 놓아도 「열등아동」이 되지않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방과후 아이를 사교육기관에 무자비하게 「돌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 자신 시골에서 자라 어린 시절의 꿈과 추억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미술학원과 수영강습에 보내지만 공부는 직접 가르친다. 김씨는 『직접 가르치는 것이 힘들지만 사교육비를 절약하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자녀를 손수 가르치는 「젊은 엄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이들을 가르치기위해 학원을 찾아 새로운 공부를 하는 주부들도 급증하고 있다.

내조도 「남편 모시기」에서 「남편 만들기」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남편의 건강과 경쟁력도 자신들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회사원 김모(38·서울 동작구 상도동) 대리는 매일 아침 회사부근 헬스클럽에서 1시간씩 운동을 하는데 「늦잠만 자고 운동은 않는다」는 아내의 극성때문에 지난해말부터 아침운동을 시작했다. 주부 김영은(30·경기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씨는 이보다 좀 별난 케이스. 김씨는 열흘에 한번꼴로 남편 양모(33)씨를 신촌에 있는 미장원으로 데려간다. 헤어스타일 뿐 아니라 신발과 양말까지 유행에 뒤지지 않도록 챙겨준다. 김씨는 『멋있는 남편이 곧 유능한 사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30대 주부의 자녀키우기가 과잉보호에 치우치고 치맛바람 역시 이전세대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들의 자기계발욕구 또한 개인과 가족 차원에만 머물고 사회의 공동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화여대 장필화(대학원 여성학과) 교수는 『주부들의 강한 성취동기가 사회발전에 기여해온 게 사실』이라며 『주부를 치맛바람 과소비의 주범이라고 탓할 것이 아니라 주부의 힘을 사회 에너지가 되게 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윤순환 기자>

◎주부운영 유아원 과천 ‘튼튼 어린이집’/“내 아이 교육은 내가 직접”/30여명 출자 협동조합형태/교육프로서 시설보수까지 자연친화·창의적 학습 주력

주부들이 자녀들의 육아교육에 직접 나섰다. 과천시 과천동 400 우면산 산자락에 자리잡은 「튼튼 어린이집」(원장 박경애·39)은 놀이방 등 기존의 육아시설과 운영방식부터 다르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주부가 조합원 자격으로 교육프로그램 결정이나 급식관리, 시설보수 등 모든 운영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튼튼 어린이집은 95년 6월 강남일대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30여명이 출자금 420만원씩을 거둬 만들어졌다. 조합 결성을 주도한 김정희(39·서강대 강사)씨는 『당시 우리들의 불만은 기존 육아시설이 아이들을 정형화한 교육의 틀속에 가둬 상상력을 억압한다는 것이었다』며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어린이집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곳의 운영방식은 조합원들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매우 독특하다. 조합원들은 운영 시설 교육 등 부문별 위원회에 참여한다. 교육위원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설위원은 놀이기구나 교육기자재 등 시설을 유지·보수한다. 조합원들은 「아마(아빠와 엄마의 합성어)제도」라는 방식을 통해 순번제로 자녀교육에 참여하며 「날적이(나를 적는다라는 의미)」라는 가정통지문으로 교사와 부모가 매일 의견을 교환한다.

교육도 자녀들이 자연친화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상오 8시께 튼튼어린이집에 도착한 자녀들은 우면산 약수터나 과천대공원 과천경마장 과천현대미술관 등을 산책하는 「나들이」로 하루를 시작한다. 답답한 실내에서 비디오나 보는 기존 육아시설에 불만을 가졌던 조합원들이 자녀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도입한 교육방식이다.

주부조합원 이경녀(36)씨는 『기존 육아시설의 2배정도인 월 30만∼50여만원을 보육비로 지출하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30대 치맛바람」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한다』며 『그러나 맹목적인 지식습득이나 무의미한 성적향상을 추구하는 고전적인 치맛바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맹렬 주부 교통정보리포터 민성희씨/“일이 있어 가정도 날마다 푸른신호등”/파트타임·새벽 출근에도 ‘안전운전 길잡이’ 큰 보람

『새벽출근길 안개가 도로 곳곳에 짙게 깔려있으니 추돌사고 조심하세요』

낭랑한 목소리로 아침을 열어주는 MBC라디오 「57분 교통정보」의 리포터 민성희(35)씨는 출근길 운전자들 사이에서 「낭랑 18세」로 통한다. 방송입문 11년의 경력에 걸맞지 않는 앳된 목소리와 산뜻한 유머로 운전자의 귀를 사로 잡기 때문이다.

민씨가 매일 새벽 집을 나서야 하는 자칭 「3D 직종」인 교통리포터를 시작한 것은 대학졸업 다음해인 86년. 동국대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민씨는 타고난 「끼」를 감추지 못하고 주부가 된 뒤에도 마이크를 놓지 못하고 있다.

상오 6시30분부터 10시까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민씨는 『교통리포터가 신분보장이 안되고 퇴직금도 없어 안정적인 직업은 못되지만 누군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가정주부에게 활력을 넣어준다』고 말했다.

민씨의 하루는 상오 5시 잠자는 남편을 뒤로 하고 서울경찰청 교통관제센터로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오 5시40분께 도착하면 100여개나 되는 CCTV화면과 꼬리를 물고 울려대는 전화제보가 민씨를 기다린다. 이제는 화면만 보면 사고현황은 물론 사고지점의 특성, 사고처리 예상시간, 교통후유증 등을 단번에 파악할 정도의 베테랑이 됐다.

민씨는 직장 못지않게 가정에서도 「베테랑」이다. 33세때인 95년 서유석씨가 진행하던 「푸른신호등」에서 일할 때 이 방송 PD였던 김용관(41·MBC라디오 PD)씨를 만나 늦결혼한 민씨는 간혹 있는 남편과의 불화를 「솔선수범의 철학」으로 풀어가고 있다. 민씨는 『결혼초 부부싸움을 하면 남편이 말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한다』며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데는 남녀구별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올해나 내년께 일을 「잠시」 그만둘 생각이라는 민씨는 『출산후에도 방송일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서적 제작 등 사회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홍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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