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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북한산에 올라보자

입력
1997.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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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지리산 등과 함께 오악의 하나로 꼽히는 명산/기암괴석·계곡·운해…/계속되는 장관에 취하고 꽃향기 맡으며 정상 오르면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멀리 서해가 보인다토큰 하나로 쉽게 나설 수 있는 천하의 명산, 북한산. 조상들은 북한산을 금강산 지리산 묘향산 백두산과 함께 오악의 하나로 꼽았다. 온갖 기암괴석에 폭포, 운해 등이 장관을 이루고, 철따라 보여주는 색다른 자태가 아름다워서다.

북한산행을 나서보자. 주봉 백운대가 아니라도 좋다. 봄이면 꽃좋은 진달래 능선을 타고, 가슴이 답답하면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보현봉에 올라보자. 아기자기하게 바윗길이라고 타고 싶으면 의상봉 능선이나 원효봉 능선을 따라가 보자. 혼자라면 더욱 좋다. 시인 이성부는 「홀로산행」은 고요함속에서 듣게 되는 자연과 삶의 언어라고 하지 않았는가.

○꽃길 좋은 산행­진달래능선

진달래능선. 이름부터 아름답다. 4, 5월이면 온통 진달래가 능선을 덮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동문까지 2∼3시간 능선 양옆으로 펼쳐지는 경관이 빼어나 아무리 감정이 무딘 사람도 절로 감탄사가 나올 법하다.

진달래능선에 오르는 길은 사방에 널려있고, 어느 길이든 완만해 오르기가 수월하다. 백운봉길(아카데미하우스길)을 따라, 백련사나 운가사로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진달래 능선의 참맛을 보려면 우이동길이 낫다.

덕성여대 앞 정류장이 출발점. 우이동길을 가로질러 건너면 보광사 입구 표지판이 나온다. 일대는 송림이다. 넓고 시원하게 보광사까지 이어진다. 5월이면 길 양옆으로 아카시아 나무 꽃향기가 진동한다.

능선은 절 입구에 못미쳐 왼쪽으로 난 숲속 오솔길로 올라야 한다. 숲길을 조금 가면 팻말이 보인다. 대동문 2,400m. 매표소 옆으로 돌면 곧 갈림길을 만나는데 왼쪽이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길은 숲에 푹 파묻힌 오르막이라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조금만 가면 서남쪽으로 약간씩 시야가 트인다. 여기서부터 숨이 차오르는 깔딱고개. 그러나 이 고비만 넘기면 진달래능선은 크게 어려운 오르막이 없다.

다시 얼마를 오르면 바위터에 올라선다. 수유리 쌍문동, 멀리 수락산과 불암산, 그 밑을 메운 상계, 중계, 하계동의 아파트군 등 서울 북부지역 시가지가 질펀하게 보인다. 기막힌 경치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진달래 능선. 이제 북쪽의 경관도 시야에 들어온다. 너럭바위에 올라서면 백운대를 가운데로, 오른쪽으로는 인수봉이, 왼쪽으로는 발톱을 세운 듯 앙칼진 만경대가 기세등등하다. 여기서부터 산행은 바윗길, 흙길, 수림길 3박자를 고루 갖춘 능선만 따라가면 된다. 능선 맨 꼭대기는 삼각형의 시단봉. 산길을 재촉해 운가사 가는 길을 옆으로 하고 송곳같은 뾰족한 바위를 넘으면, 드디어 대동문.

○서울을 한눈에­보현봉 오르는 길

햇볕 좋은 날, 광화문 네거리에서 청와대가 있는 북쪽을 바라보면 유독 반짝이는 삼각 봉우리 하나가 있다. 바로 보현봉. 북한산의 숱한 봉우리 중에서 서울 중심에 가장 가까이 있는 봉우리이다.

비라도 내려 매연을 말끔히 씻어 내린 날, 보현봉 정상에 서면 광화문 네거리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로 일대의 빌딩숲, 한강의 도도한 물줄기가 보이고 멀리 서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보현봉은 동, 남, 북 어디에서든 오를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가 평창동 매표소를 지나 계곡길로 들어가 동면으로 오르거나, 일선사를 경유하여 역시 동면으로 붙는 길이다. 또 대남문이나, 대성문에서 성벽을 따라 북면 바윗길로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 봉우리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구기동에서 사자능선을 타는 것이 좋다.

좌측으로는 승가사가 자리잡은 비봉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우측으로는 형제봉 능선이 정답게 펼쳐져 있다. 이 능선길은 흙과 바윗길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어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구기동 구기파출소 건너편 길이 출발점. 주택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전심사 입구라는 표지를 만나게 된다. 오른쪽으로는 전심사, 왼쪽으로 오르면 20여 분 만에 능선에 도달한다.

일단 능선에 도달하면 오른쪽(북쪽)으로 곧장 나아간다. 보현봉에 오르기까지 몇군데 좌우로 갈림길이 있으나, 계속 북쪽 오름길만 택한다면 실수가 없다. 구기동을 출발한 지 1시간30여분이면 보현봉 남벽 아래에 도착한다. 6∼7m의 절벽이 위압감을 준다.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침착하게, 바위 모서리의 손잡이와 발디딤을 확실히 하면서 올라가야 한다. 초행자나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다시 후퇴하여 기도원터로 내려가 우회, 동면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바윗길이 좋다­의상봉능선

북한산의 산봉우리들은 보석같다. 먼발치로 그 빛남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지만 가까이서 몸 비비거나 어루만질 때 더욱 황홀하다. 원효봉에서 백운대에 이르는 원효봉 능선과 고양시 효자리에서 의상봉을 지나 대남문에 이르는 의상봉 능선이 이런 코스 중의 하나이다. 의상봉 능선은 원효봉 능선만큼 산길이 험하지 않으면서도 바윗길이 좋아 아마추어에게 적합하다.

5㎞ 코스의 의상봉 능선을 타는 데는 3∼4시간 걸린다. 8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하고 5개의 옛 성문을 거치는 길이다. 156번 종점인 북한산성 입구에서 출발, 차도를 따라 대서문 누각으로 오른다. 의상봉 정상까지는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정상에서는 북쪽의 원효봉―백운대―만경대에 이르는 능선과 남서쪽 비봉 능선의 조망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성벽 안쪽길을 따라 오르는 바윗길이 아기자기하다. 바위사면에 발디딤홈이 일정한 간격으로 패어 있어, 약간의 스릴도 즐길 수 있다. 의상봉을 넘어 거의 평지와 같은 길을 편안하게 내려가면 국녕문. 여기서부터 오르락내리락 7개의 봉우리를 더 넘는다.

미륵봉에서 내려가다 보면 높이 4∼5m의 낭떠러지를 만나게 되는데, 왼쪽으로 돌아 내려갈 수도 있으나 그대로 손잡이와 발디딤을 찾아 하강하는 것이 수월하다. 소나무 등에 발을 딛고 뛰어내리기도 하고 바위를 안은 채 오른발을 벌려 천천히 내려올 수도 있다.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문수봉을 거쳐 드디어 대남문. 8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 끝에 맛보는 상쾌함과 성취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르는 길의 어려움과 내려오는 길의 편안함과 여유가 있는 것이 산길이다. 이렇게 오르내림의 법칙과 삶의 법칙을 깨닫게 하는 것이 의상봉 능선이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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