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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극장 1년여 침묵깨고 ‘에쿠우스’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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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극장 1년여 침묵깨고 ‘에쿠우스’ 올려

입력
1997.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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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추모 명작시리즈/연출 김아라·두레극장서/가변 대칭형 무대통해 현대인 딜레마 그려극단 실험극장(대표 윤호진)이 1년여의 침묵을 깨고 화제의 연극 「에쿠우스」를 공연한다. 실험극장은 지난해 3월 김동훈 대표가 작고한 뒤 월 1,000만원의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 서울 압구정동의 극장문을 닫았다. 전용극장 대신 서울 동숭동의 두레극장(02―453―7710)을 빌려 19일부터 4월20일까지 공연한다. 월·수·목 하오 7시30분, 금·토·일 하오 4시 7시30분.

「에쿠우스」는 실험극장이 75년 서울 운니동에 전용소극장을 개관하면서 무대에 올려 4개월간 1만5,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작품이다. 극단은 국내 연극계에 소극장에서의 장기공연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준 김동훈씨의 1주기(21일) 추모를 겸해 「실험극장 불후의 명작시리즈」 첫 순서로 「에쿠우스」를 마련했다.

70년대 「에쿠우스」 초연은 신들린 배우 강태기(알런 역)의 탄생을 바라보는 놀라움이었다. 김영렬 연출의 이 작품은 80년, 85년 재공연되면서 관객 65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강태기의 대를 이어 송승환 최재성 조재현 최민식 류상 등이 알런역을 했다.

연출자 김아라는 두 번째로 연출을 맡았다. 그는 『먼저번 공연이 말의 눈을 찌른 사건의 전모와 알런 심리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엔 닥터 다이사트를 통해 현대인의 딜레마가 보편적임을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운니동 실험극장에서 에쿠우스를 본 관객들은 이번 공연에서 무대조건이 크게 변한 것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두레의 가변형무대를 활용, 양쪽객석을 마주보게 하고 그 사이에 길게 「기차형무대」를 배치했다. 정상과 비정상, 문명과 생명력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극단에서 자랑하는 「비장의 무기」는 알런의 최면상태를 그린 1막 끝장면. 무대 양쪽이 솟아오르며 알런은 하늘을 날듯 말을 타고, 들어올려진 무대 밑에서 강한 조명이 다이사트에게 쏟아진다. 말로 분한 배우들이 쇠사슬을 둘러메고 끌어당기면 무대가 돌아가면서 다이사트의 딜레마를 상징한다. 소극장에서 보기드문 장관이다.

이번 공연의 알런은 지춘성 정유성, 다이사트는 조명남과 정동환이 맡아 교대 출연한다. 조명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첫 도전이다.

「불후의 명작 시리즈」 2탄은 역시 윤석화라는 스타가 머리에 떠오르는 「신의 아그네스」. 「에쿠우스」가 끝나면 윤호진 연출로 같은 극장에서 공연된다. 극단측은 두 편의 공연으로 얻어진 수익금은 김동훈연극상을 제정, 운영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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