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전후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의류광고에 춤바람이 불고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젊은 여성이 혼자 신나게 춤을 춘다. 옷이 어떤지를 설명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단지 모델이 그 상표의 옷을 입고 나왔다는 것 뿐이다. 모델은 20대전후 여성이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거나 그렇게 해보려고 생각했음직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또래의 소비자들은 광고에서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듯한 호감을 갖는다.이런 광고는 제품을 주절주절 설명하지도 않고 제품과 관련된 상황을 제시하여 간접적으로 상품을 선전하지도 않는다. 메시지가 불분명하고 계도하려는 흔적은 더더구나 없다. 거대한 소비자군으로 떠오른 10대와 20대 초반 여성을 노려 그들의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한 「신 감성광고」가 잇따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물산의 영 캐주얼 「AB.F.Z」가 이달부터 내보낸 방송광고에는 외출을 앞두고 혼자서 화장하는 20대 여성이 등장한다. 「운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3인조 댄스그룹 「쿨」의 여성멤버 유리. 화장을 하면서 틀어놓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입맞춰 부르면서 슬리퍼를 손에 쥐고 마이크처럼 입에 갖다대거나 의자 위에서 개다리 춤을 추는 등 흥에 겨운 장면이 이어진다. 아무런 카피도, 설명도 없다. 처음 봐서는 무슨 광고인지도 모를 정도다.
대홍기획 제작팀은 이 광고를 만들기 위해 20대전후 여성 40여명을 그룹 인터뷰했다. 그들이 꼽은 좋은 광고는 메시지가 분명한 광고가 아니었다.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느낄 수 있는 것, 보아서 재미있고 신나는 것, 내 모습같기도 하면서 멋진 것, 그냥 자유로운 것』. 제작팀은 최근의 젊은 여성들은 광고에서 자유로움이 살아있는 자기의 모습을 보기 원한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좋은 카피도 읽는데 부담이 되고, 괜히 폼잡는 분위기도 먹혀들지 않는다. 외출하기 전 화장대앞에 서서 가수 흉내내며 춤추는 광고는 소비자 자신의 모습이거나 그들이 바라는 「자유로움」의 표현이다.
신원의 여성복 「I.N.V.U」의 최근 광고는 20대 초반의 모델이 부엌에서 혼자 요리하며 흥겹게 춤추는 장면을 담고 있다. 탤런트 채정안이 주주클럽의 댄스곡 「돈이 드니」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든다. 광고를 만든 신원기획은 『신세대의 가치관은 즐거움에 있다』며 『춤이 바로 그 즐거움을 낳는 좋은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광고전략은 지난해 연말에 나온 대현의 영 캐주얼 「Z.O.O.C」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석 사진을 찍는 포토 박스에서 커튼을 드리우고 앉은 모델이 사진이 만들어지는 동안의 지루함을 덜기위해 고고풍 음악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춘다. 서광의 20대 초반 여성용 의류 디크라쎄 광고도 너덧명의 모델이 번갈아 나와 춤추는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고업계에서는 『신세대는 이제 카피를 읽는 것도 싫어한다』며 『눈과 몸으로 바로 느끼는 광고, 편하면서도 흥겨운 장면을 보여주는 데 「댄스 커뮤니케이션」만한 것이 없다』고 해석한다.<김범수 기자>김범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