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레임덕현상(집권후반기 권력누수)이 예상보다 빨리오자 신한국당의 대선후보경선이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김대통령은 올하반기 쯤에 가서 후보경선을 점화시킨다는 복안이었지만 이는 희망사항에 그치고 말았다. 후보경선을 마냥 누르고 있을 힘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13일 새 대표가 확정되면 각 후보진영은 경쟁적으로 출사표를 던진다. 경선시작이 3∼4개월 앞당겨지는 것이다.신한국당의 경선은 정국이 순리대로 풀리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치러지는 것 과는 거리가 멀다. 경선을 가능한 늦추고자 했던 통제력이 타의에 의해 없어진 상태에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힘의 공백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9명의 후보가 별도의 캠프를 차리고 많은 참모진을 동원한다. 경선에 소모될 엄청난 기회비용이 너무나 아깝다. 일부후보는 진짜로 뛸 것이고 어떤 후보는 세 과시를 위해 경선을 활용할 것이다. 중도하차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조직이 겹치고 자금이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민주주의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 비용은 그 자체가 소모적 이어서는 안된다. 과정의 복잡함에 수반되는 비용지출은 필요 불가결한 부분에 머물러야 한다.
신한국당의 경선은 당자체만의 행사가 아니다. 집권당의 대선주자를 뽑는 것은 지극히 공적인 일이다. 주권자의 일차선택을 정당이 대신 하기 때문이다. 본선에서 찍어주고 싶어도 정당의 추천을 받지못하면 그가 당을 깨고 무소속으로 나오지 않는 한 찍어줄 방법이 없다.
신한국당의 경선은 참으로 어려운 나라 형편속에서 치러진다. 경제는 이미 곤두박질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과소비를 억제하자는 소리가 높은 게 요즘이다. 주인인 국민들은 근검절약을 외치는데 이를 선도해야 할 집권당이 불필요한 에너지와 기회비용을 경선에 쏟아부어서는 안된다. 신한국당의 후보경선이 정치 과소비형태로 진행돼서는 결코 안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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