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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산 넘어 소산” 말잃은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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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산 넘어 소산” 말잃은 청와대

입력
1997.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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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씨측 “대응수단 없어… 폭로전 자제 바랄뿐”청와대는 11일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을 지켰다.

김용태 비서실장은 『현안에 관해 의견을 밝혀서는 안되는 것이 비서실장의 입장』이라고 전제한뒤 『현철씨의 국회 청문회 출석 여부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며 국정조사특위에서 다룰 일』이라며 입을 닫아 버렸다. 인사개입을 둘러싼 의사 박경식씨의 폭로에 대해서는 대꾸 조차하지 않았다.

하루전만 해도 청와대 일각에서는 『아무리 야당이 요구를 하더라도 구체적 증거가 없으면 현철씨가 증인으로 나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한 고위관계자는 인사개입 보도와 관련, 『그런 사실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내용의 진위는 밝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청문회 출석 논란에 이어 인사개입설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자 도대체 어디서부터 수습의 가닥을 찾아야 할지 참으로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더 이상 폭로가 없을 것으로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대응방향 조차 설정하지 못하는 곤혹스럼이 역력하다.

청와대는 박씨의 폭로를 계기로 정권말기의 권력누수 현상을 그야말로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측근으로 자처했던 인사들이 벌써 하나 둘 공개적으로 김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신한국당 대권후보들에게 줄서기를 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제 이 정권에 조금이라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서슴없이 직격탄을 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박씨의 경우처럼 김대통령 주변에서 비공식 활동을 했던 사람이나, 그동안 사정으로 구속되거나 인사조치된 공직자가 이외의 폭로로 정권에 타격을 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한국당 대표 인선작업마저 난항을 거듭하면서 「혼돈」상태로 비쳐지자 김대통령의 정국수습 노력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국민특별담화에 이은 총리와 비서실장 등의 교체로 일단 민심회복의 기미가 보였으나 대표인사가 매끄럽게 처리되지 못하고 현철씨 의혹이 되살아나는 바람에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당분간 침묵속에 사태의 흐름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사태 해결의 주체라 할 수 있는 김실장이나 강인섭 정무수석이 평소 현철씨와 별다른 교분이 없는터라 그의 활동범위를 정확히 알지 못하며 구체적으로 의논할 처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일일이 검증할 수 있는 성질의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현철씨측도 이날 『박씨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일일이 반박하겠느냐』며 『한보사태 때와는 달리 대응할 수단도 방법도 없다』고 밝혔다. 현철씨측은 『언론이 스스로 알아서 일방적 폭로전을 자제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손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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