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따라 실업률 큰 폭 변동 “고용불안”/사양업종 정리 등 기업엔 다양한 활로/복수노조로 산별노련 등 역할 커질듯개정과 재개정을 거듭한 새로운 노동법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근로자의 삶과 기업활동, 노사관계 등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새로운 노동법은 고용시장의 유연화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기준에 따라 40여년만에 개정된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모습을 분야별로 알아본다.<편집자 주>편집자>
▷기업경영환경◁
정리해고제의 도입(2년유예)은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풍토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의 인력수급에 탄력성을 불어넣어 사업구조 조정을 촉진할 뿐 아니라 인사적체로 고심해 온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고도의 기술집약적 첨단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양산업을 정리하려고 해도 인력조정문제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경기가 침체돼도 감원이 여의치 않아 신규채용을 줄이는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인력수급을 조정해 왔다. 결과적으로 기업내부에는 불필요한 인력이 남아돌고,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경영계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이 해고사유에서 제외된 것에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정리해고가 입법화하기 전에도 기업 인수시의 감원을 법원판례 등을 통해 인정받아 온 선례가 있어 크게 실망하지는 않고 있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됨으로써 경영이 악화한 기업이 사양업종 철수, 업종다양화 등으로 다양한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자평이다.
변형근로제는 업무의 증감의 폭이 큰 일부 제조업체와 수출업체 등의 기업들이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노사관계가 안정을 이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특히 이득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들을 잘만 활용하면 고비용저효율구조를 타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로행태◁
근로측면에서 정리해고제 도입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근간을 이뤄 온 「평생직장」개념의 퇴조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에 따라 실업자의 수가 큰 폭으로 증감하는 서구형 인력시장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근로자들 사이에는 고용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실적에 따라 성과를 평가하는 능력주의 고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직 근로자들에게는 변형근로제가 가장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업무량 증감폭이 큰 제조업체나 서비스업체 종사자는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토요격주휴무제 등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제도가 확산되면 일에만 매달려온 근로자들이 주말 등 여가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하는데 보다 큰 관심을 쏟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성채용시장에는 파란 불이 켜졌다. 출퇴근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가변근로시간제가 도입됨으로써 육아 가사 등의 부담으로 취업의 길이 막혀있던 여성인력들이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트타임근무, 재택근무 등 새로운 근무형태가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노동운동·노사관계◁
개정노동법은 우선 노동운동환경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복수노조허용 등으로 노조의 설립과 운영은 훨씬 쉬워졌으나 노동쟁의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됐으며 장기적으로는 노조의 조직형태와 운동방식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 복수노총시대가 전개됨에 따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의 세력경쟁이 개별기업의 노사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외단체에 머물러 있던 민주노총산하 사업장의 경우 당장 올해 임·단협 협상 때부터 단위노조들이 단체교섭권을 산별연맹으로 위임, 「대각선교섭」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병원노련 등 민주노총산하 합법적인 산별연맹들에서 일반화한 대각선 교섭은 단위사업장의 교섭에 산별연맹이 직접 나서는 것. 예를 들면 서울대 병원의 임·단협 협상을 서울대병원장과 서울대병원노조위원장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병원장과 병원노련위원장 및 간부들이 하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산하 전 노조의 단쳬교섭권을 민주노총에 위임, 민주노총이 정부와 직접 협상에 나서는 상황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개별노조의 노동운동은 상대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파업기간에 무노동 무임금, 사업내 대체근로 허용, 노조위원장에게 협약체결권부여 등으로 단체행동권이 제한돼 노조의 쟁의행위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단위사업장 복수노조가 5년후부터 허용되면 현재보다도 노동운동이 더 활성화할 가능성도 있다.
5년후부터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면서 노동조합의 조직형태가 현재의 기업별 노조체제에서 산업별노조체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기업이 부담해 오던 전임자의 급여를 중단하고 노조원들의 조합비만으로 충당하게 되면 조합원수 1천명미만의 중소기업 노조들 대부분이 재정부족으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노동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개별 노조들이 산업별, 업종별로 통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남경욱·김경화 기자>남경욱·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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