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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이회창 고문의 전략(막오른 경선전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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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이회창 고문의 전략(막오른 경선전쟁:1)

입력
1997.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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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숙한 개혁” 대세몰이/‘거대 추대위’ 띄워 판세장악 승부수 구상신한국당 이회창 고문이 치켜든 깃발에는 「대세」라는 두 글자가 쓰여있다. 본격적인 경선국면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지금, 이를 대비하는 전략도 한마디로 「대세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민심을 장악, 취약한 당내 기반을 극복하겠다는 식의 추상적인 대세론에 머무르지 않고있다. 한 손에는 원숙한 개혁이라는 명분론을, 다른 한 손에는 당선가능성이라는 현실론을 들고 의원들을 설득, 「이회창 군단」으로 들어오게 하는데 전력을 다하고있다. 실질적으로 당내파에 밀리지 않는 세력을 확보, 명실상부한 대세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이고문의 대세몰이는 의원들을 1대 1로 만나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진정으로 마음을 사로잡아야 자기 사람이 된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이고문은 그룹별 면담을 사양했다. 한사람씩 만나기 때문에 적지않은 시간과 공력이 들어갔다. 그래도 몇달간의 노력으로 거의 대다수 의원들을 만났고 이 과정에서 10여명의 의원들이 핵심멤버로 참여, 이고문을 발벗고 돕고 있다. 아울러 우호적 의원들도 수십명선을 웃돌고 있다는게 이고문측의 설명이다.

나름의 세가 형성되자, 이고문 진영은 경선의 스케줄을 자신있게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내 상황을 고려, 시기를 조절하겠지만 대략 4월중 추대위를 띄우고 경선출마의 변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추대위는 의원·지구당 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되 학계 법조계 문화계 등 사회각계의 저명인사들도 참여시켜 세를 과시한다는 복안이다.

이밖에도 부드러운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의정보고서가 나오고, 자전적 에세이 「인간 이회창(가제)」도 곧 출간된다.

그러나 추대위 구성, 경선참여 선언만이 경선전략의 전부는 아닌듯 하다. 일거에 흐름을 장악할 수 있는 승부수를 구상하는 흔적이 감지되고 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초반 판세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측근들의 귀띔이다.

그중 하나가 추대위를 의원·위원장 100여명의 매머드로 구성, 현실적으로 세의 우위를 보여주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김영삼 대통령을 설득, 난립하는 후보군의 정리를 도모하는 일이다.

서상목 의원은 『당내에서 무차별적 경쟁이 벌어지면, 후보들간에 상처내기가 극심해진다. 그러면 결국 구룡이 아니라 모두가 난쟁이가 돼 본선에서 지게된다』고 말했다. 난전을 막을 수 있는 거중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고문측이 『당직개편, 경선조항 개정, 후보군의 배열을 일단 지켜보겠다』고 말하는데서도 승부수를 구상하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이영성 기자>

◎그를 위해 뛰는 사람들/서상목·백남치 의원 등 원내 다수 포진/유경현 전 평통총장·안병만 외대총장도

이회창 고문은 「지하책 구축」이란 사시를 받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속에 자기사람 만들기 작업을 해왔다. 이 작업은 「곱지않은」 시선을 받은 만큼의 성과는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캠프내부에선 아예 수면위로 제 세력을 띄우는 공개화 작업을 해 일찌감치 대세몰이에 나서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고문을 위해 뛰는 원내인사들의 명단을 확정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고문 자신이 직접 맨투맨식으로 원내인사들을 접촉하는데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부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서상목 백남치 황우려 의원은 드러내 놓고 이고문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수시로 원내멤버 회의에 참석하는 인사로는 강용식 김덕 김영일 박성범 신영균 안상수 의원 등이 있다. 넓은 의미의 「이회창 사람들」이다.

일반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진의 K의원과 H의원도 핵심 멤버다. 세읽기에는 도가 텄다는 중진 C의원의 경우 항간에는 비선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영입작업이 완료된 상태는 아니다.

이밖에 김문수 김영선 김학원 박세환 이응선 정형근 홍준표 의원 등도 이고문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고문의 대선캠프는 수송동 이마빌딩에 본진을 차리고 있다. 유경현 전 평통사무총장, 안동일 변호사, 이흥주 삼성 고문, 황영하 전 총무처장관, 진경탁 전 의원, 진영 변호사가 특보단을 구성, 이고문을 돕고 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출신의 고흥길 비서실장이 캠프를 관리하고 있다. 강남에 있는 비선조직 사무실은 서상목 의원이 이끌고 있고, 여의도에도 조만간 경선실무준비팀을 위한 사무실이 마련될 예정이다. 학계에선 안병만 외대총장과 방석현 서울대 교수가 이고문을 위해 뛰고 있다.<홍희곤 기자>

◎내가 본 이회창/서상목 신한국당 의원/“경제·사회를 보는 뚜렷한 철학 있다”

이회창 고문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93년말 문민정부 2기 내각에서 이고문은 총리로, 나는 보건사회부장관으로 참여했을 때다. 나는 은근히 『법조계에 줄곧 몸담았던 분이 과연 행정부 수반의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내가 보고 직접 겪은 이고문은 이런 분이다.

첫째 이고문은 나름의 뚜렷한 경제·사회철학을 갖고있다. 경제의 세계적 흐름과 우리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잘 정리된 시각을 갖고있어 경제전문가인 나를 놀라게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둘째 그분은 민주적 추진력을 갖춘 분이다. 의견이 대립됐을 때 이를 피해가기보다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끝까지 결론을 도출해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셋째 부드럽고 친화력이 강하다. 인상이 고고한 편이어서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듯 하지만 실제로 접하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한 번은 총리공관에서 국무위원들 저녁모임이 있었는데 이자리에서 손수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고 나에게 최연소 장관이라며 노래를 시키기도 했다. 넷째 정치적 잠재력이 크다. 지난해 4월 총선때 선대위의장을 맡아 내 지역구에서도 지원연설을 했는데 연설호소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섯째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뿐만 아니라 균형잡힌 식견이 돋보인다.

금년 1, 2월 매주 수요일에 해 온 「이회창과의 대화」때 얘기인데, 과소비문제에 대해 『이시점에서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이 핵심이지, 경제규모가 커져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본질은 아니다』라고 지적, 경제전문가들의 답변을 궁색하게 만들었다. 이고문은 국가경영능력면에서나 인간적인 면에서 아주 매력적인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아킬레스건/반YS·유연성 부족/지역적 기반도 허약

이회창 고문의 가장 큰 약점은 역설적이게도 김영삼 대통령과 닮은 꼴이라는 점이다. YS가 개혁이미지라면, 이고문은 법대로 이미지다. 유연성 부족의 강성이미지와 함께 이런 유사성은 오히려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 정치적 퍼스낼리티에서도 흡인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정치인들 상호간에는 정서가 이념보다 훨씬 강한 자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계와의 편치않은 관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당내 최대계파인 민주계가 이고문에 대해 그리 큰 신뢰를 두지않는 것은 간단치 않은 「약점」이다. 이고문이 지니는 특유의 반YS적 대국민 호소력은 오히려 그의 입지를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지역적·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점도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약점이다. 여당후보의 가장 큰 선택기준인 두루뭉실한 안정성면에서도 그는 지나치게 뾰족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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