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기회조차 빼앗고 대기업만 배불려주는 격”건교부가 설계와 시공을 일괄 발주하는 「턴키(Turn―Key)」방식을 공공공사에 대폭 확대키로 함에 따라 중소건설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전기·통신·소방·기계설비 분야의 중소전문건설업체들은 턴키공사가 사실상 종합시공능력을 갖춘 대형건설업체에만 배정되기 때문에 중소업계는 입찰참여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건교부는 건설시장 개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정부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공공사중 턴키물량을 대폭 늘려왔다. 100억원이상 전체 공공공사중 턴키공사 발주비율은 지난해 15% 수준에서 올해 25%으로, 내년도에는 40%까지 대폭 확대시킬 예정이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건교부는 지난달 25일 올해중 시행될 100억원 이상의 주요 복합공정 공사 29건중 인천국제공항 부대공사 3건 770억원 등 총 10건 3,900억원을 턴키방식으로 확정, 공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동안 개별적으로 정부공사의 입찰에 참여해온 중소건설업체들은 연간 3∼4조원에 달하는 공공공사중 20%이상을 차지하는 전기 통신 기계분야 등이 분리발주되지 않음에 따라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한다. 중소전기설비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전기공사협회는 『턴키공사는 대기업에 공사일체를 맡기고 전문시공별로 다시 중소업체에 하도급을 주도록 함으로써 대기업만 배불려주는 셈』이라며 『대기업이 공정마다 마진을 떼고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원공사금액이 50∼60%가량 증발되기 때문에 부실공사를 양산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같은 내용의 항의서한을 정부당국에 전달키로 하는 한편 건교부가 턴키발주를 계속 확대할 경우 대규모 항의시위 등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기설비 전문업체인 (주)조일전설의 정이조 사장은 『그동안 관급공사에 직접 참여해온 중소업체들은 정부의 턴키발주로 입찰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당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며 『관련업체들을 중심으로 생존력 회복차원에서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행정쇄신위원회도 최근 『턴키방식은 교량·도로 등 토목 구조물 분야에 적합한 발주방식으로 아파트·공공건축물 등 건축분야에 적용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계획의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건교부는 턴키가 국제경쟁시대의 「대세」라며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턴키공사는 건설시장 개방시대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종합엔지니어링 능력을 향상시키고 책임시공을 확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입찰자격 역시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기 때문에 중소업체라 해도 분야별 컨소시엄 등을 통해 충분히 참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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