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Washington Post 3월9일자미 정보관련 담당자에 따르면 현재 북한 일부지역에서는 공식적인 장례식을 금지하고 있다. 장례식이 비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활동중인 국제기구 요원들은 수백만명이 기아에 허덕이는 가운데 온갖 질병이 번지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최근 1,0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미국 외에는 지원을 제시하는 국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인도주의 차원의 원조조차 부진한 이유는 북한에 대한 불신 탓이다.
국민 4명중 1명꼴로 북한에 친척을 둔 한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에서 대규모 기아사태가 곧 발생할 것이라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대중적 동정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불신만 팽배해 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북한이 식량원조를 얻어내 군사용으로 비축, 현 체제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식량난을 과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95년 처음으로 북한의 홍수피해가 보도되자 김영삼 대통령은 곧 15만톤의 식량을 북한에 보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북한은 식량을 실은 한국선박을 감금하고, 항구에 정박하는 동안 북한기를 게양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선원 1명을 간첩행위로 체포하기까지 했다. 이를 계기로 국민은 물론 김대통령의 생각도 바뀌어 북한에 대한 강경노선을 고수하게 되었다.
북한이 전면적인 기아상황에 어느 정도까지 근접해가고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태의 심각성만큼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국제기구 요원들은 식량난이 중요한 고비를 맞고있고 앞으로 한두 달만 현재처럼 하루평균 섭취 필요량의 20%가 못되는 식사가 계속될 경우 북한주민의 건강은 결정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울의 많은 시민들은 북한이 식량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가정주부는 『우리의 생활과 너무 대조적이어서 내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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