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회화·조각전흰 캔버스 위의 적막감을 깨뜨리는 회색 점. 하나에서 많아야 다섯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그림. 이우환(61)씨는 점그림으로 세계화단의 시선을 모은 작가이다. 60년대이후 모노(물)파 이론을 창안하고 개발해온 이씨가 12∼25일 서울 갤러리현대(02-734-8215)와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개인전을 연다.
출품작은 「조응(Correspondence)」이란 제목의 드로잉, 회화, 조각 50여점. 이씨의 작업은 두꺼운 붓에 물감을 묻혀 순간적으로 캔버스에 붙였다가 떼어내는 그림을 비롯, 철판 위에 돌을 올려놓은 단순한 발상의 조각.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작품 같지만 심오한 동양정신과 미학이론이 담겨있다.
『그린 부분과 그려지지 않는 부분을 연결시키려는 것이 제 그림의 목적입니다. 다른 작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선과 색으로 100% 나타냈다면 저는 오히려 표현을 최소화함으로써 여백을 통해 무한의 세계를 지향하고자 했습니다』.
「조응」이란 말은 이처럼 점과 여백, 그림과 인간을 대응시킨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또 특정한 방향을 가리키는 점들이 마주보거나 엉뚱한 자리에 놓여짐으로써 팽팽한 긴장과 절묘한 조화를 드러내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같은 제목으로 제작된 조각작품은 더욱 난해하다. 철판 위에 돌이 자연스럽게 놓여진 조각을 두고 작가는 「자연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돌은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물이고, 철판은 인간이 자연을 끌어내서 만든 인공물이므로 철판을 매개로 자연과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에게 올해는 「제2의 도약기」이다. 오는 8월부터 세계적인 미술학교인 파리 에콜 드 보자르에서 초빙교수로서 강단에 서고, 11월에는 유럽에서도 첫 손 꼽히는 미술관인 파리 주 드 폼므 미술관에서 동양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열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회화과에서 동양화를 공부하다 51년 일본에 건너가 일본대학에서 실존철학을 전공, 한때 미술평론가로 활동했다. 73∼91년 도쿄(동경) 다마(다마)미술대 교수를 지낸 후 동경화랑, 파리 듀랑데셀, 독일 갤러리 엠, 영국 리슨갤러리 등 세계유수화랑에 전속돼 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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