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LG정보통신(초국경 경영시대:11)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LG정보통신(초국경 경영시대:11)

입력
1997.03.11 00:00
0 0

◎베트남 전자교환기 온통 ‘메이드 인 LG’/신뢰를 바탕으로 발로 뛰는 비지니스/중소도시 공략성공 단숨에 30% 점유/94년 월과 50대 50 지분 VKX 설립/미 AT&T·일 NTT 등과 어깨 나란히90년대 이후 베트남 사회 경제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말은 「도무이(개방)」열풍이다.

구소련의 글라스노스트(개방)를 연상케하는 베트남의 도무이정책은 나라 전체의 틀을 순식간에 바꿔놓을 것처럼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세계 경제강국들이 베트남에 군침을 삼키고 있는 것도 이러한 격변기의 엄청난 사회인프라 수요때문.

개방열풍이 불어닥친지 5년여가 지난 지금, 베트남사람들이 사용하는 전화 10대중 3대가 「메이드 인 코리아」 전자교환기를 통해 통화가 이뤄지고 있다.

바로 LG정보통신의 교환기이다.

LG는 미국의 대베트남 경제제재(엠바고)가 해제되기도 전인 91년 이곳에 국산 전전자교환기(TDX)를 수출, 「TDX 수출 1호」라는 신기원을 일궈냈다. 그후 5년간 LG정보통신은 해외시장진출이 더딘 통신장비산업계에 대표적인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기록될 만큼 진군을 거듭했다.

전체 53개 성 가운데 LG정보통신의 교환기가 깔린 곳은 무려 22개성.

베트남수도 하노이에서 남서쪽 호치민(구사이공)쪽으로 이어지는 1번 국도를 따라 자동차로 30분간 달리면 LG정보통신의 현지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회사이름은 「VKX(Vietnam Korea Exchange)」.

LG정보통신이 엠바고시절 이룩한 「TDX 수출 1호」의 여세를 몰아 94년 베트남정부와 50대 50 지분으로 합작 설립한 교환기생산공장이다.

베트남 교환기시장의 30%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어수선한 정치상황속에 과감히 현지진출을 추진한 덕택이라는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LG정보통신이 베트남시장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은 89년. 노태익 VKX 사장은 『해외투자는 시기를 얼마만큼 제대로 잡느냐가 관건』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엠바고가 해제되기 훨씬 이전부터 베트남시장을 두드린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노사장은 『국내기업이 미국 AT&T, 일본 NTT, 독일 지멘스, 스웨덴 에릭슨, 캐나다 노던텔레콤 등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지역은 세계적으로 베트남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실제 베트남 통신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전화기보급율은 현재 인구 100명당 2대꼴. 당분간 노다지시장인 셈이다. 베트남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해 대표적 사회간접자본인 통신인프라구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0년까지 100명당 전화보급대수를 6대로 높이는 통신근대화전략을 추진중이다. 7,000만명에 이르는 베트남 인구를 감안해볼 때 앞으로 350만회선이 더 깔려야하는 셈이다.

이에 힙입어 베트남 교환기시장규모는 8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광케이블 전송장비 운용설비 등을 합치면 통신장비시장은 무려 20억달러수준. 하지만 LG가 진출하던 당시의 베트남은 오랜 프랑스 지배탓에 프랑스 알카텔이 이미 하노이 호치민 등 대도시를 훑고 지나간 상태였다.

하지만 LG정보통신은 대도시를 제쳐둔 채 지방 중소도시를 공략하는 「비껴가기」전략에 나선지 6년만에 교환기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LG의 성공요인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발로 뛰는 비지니스. 베트남은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1,700여㎞로 꼬박 3일을 차로 달려야 갈 수 있는 긴 나라.

노사장은 『라오스 접경지대는 길도 없는 오지이며 차가 뒤집혀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며 『음식이 입에 안맞아 차트렁크에는 늘 라면을 넣고 다녔다』며 진출초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LG정보통신은 이러한 「마당발」작전과 함께 베트남기술자 200여명을 한국으로 불러 교육시키는 「측면작전」에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통신운용기술이 전무한 베트남정부에게 단순히 장비만 파는 외국기업이 아닌 운용기술도 전수해주고 장기적으로 베트남 통신의 미래를 책임져주는 믿음직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한 것.

이런 노력덕택에 베트남정부는 LG정보통신을 새롭게 평가했고 LG정보통신은 세계적 통신장비업체들의 등쌀에도 메이저로서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 통신장비분야 거함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LG정보통신은 최근 또한번의 신화를 준비중이다.

몇개 성에 납품하는 차원을 벗어나 베트남 통신근대화 계획의 동반자로 새롭게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전략이다.<김광일 기자>

◎“베트남시장 잡아라”/통신분야 연 20억불 황금어장/국내업계 너도나도 진출 러시

「베트남시장을 잡아라」

개방열풍에 휩싸인 베트남 통신시장이 연간 20억달러규모의 황금어장으로 급부상하자 국내 통신업계의 베트남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는 교환기 전화망사업 광케이블 등 유선시스템 및 운용사업에서부터 휴대폰, 삐삐 등 무선통신에 이르기까지 「패키지」 진출을 꿈꾸고 있다. 80년대까지도 국내 통신산업수출의 처녀지로 남아있던 베트남에 가장 먼저 입성한 업체는 LG정보통신.

94년 베트남정부와 자본금 400만달러규모의 합작공장 「VKX」를 설립한 LG는 이미 현지 교환기시장에서 메이저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3월 베트남정부로부터 베트남북부 하이퐁 하이홍 광린등지에 총 4만회선 320억원규모의 확장사업 참여승인을 받는 등 베트남 전화망확장사업에 본격 가세했다.

LG전선도 베트남정부와 50대 50으로 합작한 「VINA―GSC」사를 설립, 지난해 3월부터 광케이블 현지생산에 들어가 연간 4만㎞의 광케이블을 양산하고 있다.

중견기업인 대성전선 또한 지난해 베트남정부와 각각 55대 45의 비율로 자본금 364만달러규모의 「VINA―대성」사를 설립, 가동에 들어갔다. 유선분야 못지않게 무선통신분야 베트남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이동통신은 베트남 현지기업과 합작해 2000년까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디지털휴대폰서비스를 베트남 전국에 걸쳐 제공한다는 방침아래 본격적인 물밑작업에 나서고 있다.<선년규 기자>

◎LG정보통신 성공비결/미 엠바고 우정으로 뚫었다

LG정보통신이 미국의 베트남 엠바고가 풀리기도 전에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LG텔레콤의 정장호 사장과 베트남 당반탄 전우전총국장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90년 하반기. 두사람은 당시 LG정보통신사장과 장관자격으로 낯을 익혔지만 그후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국경을 넘어선 끈끈한 우정을 쌓아갔다.

서로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절대적인 신뢰는 두 사람 모두 사업적 만남이 아닌 사인으로서의 애정을 갖기에 충분했다.

『수출금지기간에 베트남에 오셔서 인재들을 도우신 우리의 진정한 친구. …(중략) 고마움으로 충만한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리』. 95년 9월 탄장관이 쓴 정사장에 대한 훈장수여글이다.

93년에도 탄장관은 정사장에 대한 우정어린 감정을 서슴없이 표현한 바있다. 당시 탄장관은 기내에 쓴 『우리는 형제였네. 한명은 베트남에서 한명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내용의 시를 만찬장에서 예고없이 발표, 정사장의 가슴을 벅차게 하기도 했다.

탄 전장관에 대한 정사장의 애정도 각별하다. 탄씨가 2월 경희대에서 명예공학박사학위를 받은 일이나 장관에서 물러난 탄씨를 참여시킨 「한·베트남 통신협력회」를 만든 것 등은 정사장의 숨은 배려.

정사장은 『사업의 성공조건은 많지만 인간적인 신뢰감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믿고 지원해준 탄 전장관이 베트남진출성공의 일등공신이었다』고 술회했다.<김광일 기자>

◎인터뷰/LG정보통신 VKX 노태익 사장/베트남은 지금 통신장비시장 무한경쟁시대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얘기할 상황이 아닙니다. AT&T 지멘스 NEC 후지쯔 에릭슨 노던텔레콤 등 세계적 통신장비메이저들이 총출동, 베트남은 이제 춘추전국시대입니다』

LG정보통신 베트남 현지법인 VKX사 노태익 사장의 모습은 비장하다. 노사장은 최근의 베트남상황을 삼국지로 비유하면서 『미국이 엠바고를 풀기 이전 진출때는 경쟁상대도 없었고 베트남정부 또한 크게 환영했다』면서 『불과 5∼6년만에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노사장의 어깨는 무겁기 그지없다.

완전히 「오픈마켓」이 돼버린 상황에서 30%를 지키기가 만만치않은데다 베트남정부의 콧대는 갈수록 높아가고 있기 때문.

『베트남정부의 통신근대화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베트남의 중장기계획이 차질없도록 성심성의껏 지원하는 가운데 진정한 동반자라는 위치를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베트남 국제통신망사업도 노사장이 노리는 새로운 시장이다. 노사장은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에는 개별기업의 정보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현지 진출기업간의 정보교류에도 힘을 쏟고있다.

현지진출 한국기업의 모임인 통사협(통신사업자협의회의 약칭). 멤버는 노사장을 비롯해 한국통신 박철균 소장 LG전선 이영욱 사장 대성전선 김재환 사장 등 4개사 사장들.

『베트남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정보공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노사장은 이러한 업계간 공동작전 못지않게 정부차원의 측면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광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