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것들 향한 사랑/옛얘기처럼 피어오르고…민화 속의 익숙한 동물,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
한국화가 사석원의 작품은 현대인들에게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구수하다. 거부못할 끈끈한 감정을 전달하는 민화 속의 수탉이며 호랑이, 때로는 잘 여문 육쪽마늘이나 알굵은 옥수수 따위들이 그림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서울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프랑스 유학 이후 불투명 유채색의 두터운 발림 효과까지를 한국화에 도입한 대담성 때문이다.
12일부터 22일까지 가나아트숍 전시장(02―734―1020)에서 마련되는 이번 전시는 종이부조와 조각으로 꾸며진다. 여러장을 떠낼 수 있는 종이부조는 동양화의 미덕인 선, 여백의 미와 서양화의 매력인 마티에르 효과가 조화를 이뤄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다. 호랑이, 돼지, 개, 고양이, 병아리, 어린이 등 원시적 생명력을 가진 것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봄의 서정과도 잘 어울림직하다. 종이부조의 경우 여러장을 떠낼 수 있어 판화의 경우처럼 회화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매력이다.
작가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대형 조각작품들은 사석원 작품의 지평이 한층 넓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비단길―광야의 노인」은 작가가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경험한 이슬람 문화권의 독특한 감흥을 조각으로 옮긴 것이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철저히 신에게 의지하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그네들의 여유로운 세계관과 예지력은 종이와 나무라는 소박한 재료로 형상화해 형식과 내용이 잘 조응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합성수지, 브론즈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입체작품 30여점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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