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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조면희씨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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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조면희씨 역

입력
1997.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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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예지가 담긴 명문장 엿보기/최치원·김시습 글 등 100편 소개우리 선조의 예지와 만날 수 있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가 한문학자 조면희씨의 한글번역으로 현암사에서 나왔다. 현암사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 12번째 책인 「우리 옛글 백가지」는 삼국시대를 비롯, 고려·조선의 명문장 100편을 소개한다.

선조의 학문과 가치관을 알아보는 일차 방법은 문헌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한자로 되어있어 이해하기 어렵다. 고문을 대할 기회가 거의 없는 일반인이 친근하게 옛글을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출간 의도이다. 번역을 한 조씨는 10여년간 「조선왕조실록」의 번역위촉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고전번역에 애써온 학자이다.

최치원 임춘 김시습 박지원 등 널리 알려진 명문장가들의 글을 엄선했다. 논리적인 글보다는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작품과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것들을 우선 선택했다. 우리의 막연한 상상과 글에 나타난 실제가 다른 것이 많아 흥미롭다.

조선초기 성리학자 김종직은 「아내를 제사지내며(제망처숙인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애통하오 숙인이여! 나를 어찌 이렇게 빨리 버렸단 말이오? 100년동안 함께 살자고 약속하였는데…(중략) 살아있는 이 몸은 누구를 따라 어디로 간단 말이오. 술 한잔 들어올리며 슬픔에 몸부림치오』

죽은 아내를 향한 애절함이 절절하다. 매사에 근엄하고 가정사에 초연한 듯 했던 옛선비들의 다정다감함을 느낄 수 있다.

조선의 개국공신 강희맹의 「도둑의 교훈」(도자설)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도둑기술을 전수하는 내용인데 「체험으로 얻은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죄짓는 교육에서 선비의 덕목을 찾는 반어법적 표현이 절묘하다.

고려말 충신 이색의 「바둑의 내력(기기)」에서는 바둑이 우주의 섭리를 담고 있다는 해석과 오묘한 즐거움, 손때 묻은 바둑돌에 대한 애착 등 옛 선비들의 도락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이렇듯 사랑과 지혜로움은 물론 효와 충, 취미의 즐거움 등 선조의 다양한 덕목을 다루고 있다. 문장을 가능한 짧게 만들고 우리 고유어를 많이 써 편안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다. 출전과 작가,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곁들였다.

조면희씨는 『수없이 많은 명문 가운데 100개를 고르는 작업이 예상외로 힘들었다. 모래를 헤쳐 금을 고르는 것이 아니고 금에서 금을 고르는 어려움이었다. 좀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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