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위반 차만 골라 고의 충돌후 돈 뜯어내/좌회전후 정지신호지역 표지판 바뀐 곳 ‘주무대’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기다려 고의로 사고를 낸 뒤 합의금과 보험금을 챙기는 위장 교통사고 사기가 잇따르고 있어 운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횡단보도 등에서 지나가는 차에 일부러 부딪쳐 합의금을 뜯어내는 자해공갈은 이미 고전적인 수법이다. 최근에는 착오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를 기다리다 고의사고를 일으켜 법규위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는 교통사기단이 등장했다. 일명 「빠다리」족. 지난 달 서울지검 북부지청이 적발한 30여명은 95년 말부터 지난 해말까지 30여차례나 이같은 사기극을 벌였으며, 전국적으로 교통사기단이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봉변을 당하는 자가운전자들의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험처리에 따른 보험료 할증, 벌점에 따른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은 기본이고 거액의 합의금에다 주요 교통사고일 경우는 형사처벌까지 받게된다. 특히 출고된지 얼마 안돼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듯한 차량은 「빠다리」족의 좋은 표적이다. 3주이상 진단을 받은 피해자측이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경우 운전자는 무조건 구속되기 때문이다.
▷사기유형과 장소◁
검찰에 따르면 이들 사기단이 범행장소로 주로 이용하는 곳은 좌회전신호 다음에 직진신호가 아니라 정지신호로 바뀌어 초행 운전자들이 신호체계를 착각하기 쉬운 지역. 서울 서초구 반포동 제일약품 사거리, 서초동 제일생명 사거리, 방배동 함지박 사거리, 강남구 역삼동 뱅뱅 사거리 등이다. 사기단은 이런 곳을 배회하다가 좌회전신호 다음에 황색신호가 켜져 당연히 직진신호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사거리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차량에 돌진한다. 신호체계를 착각한 약점을 붙들고 보험금을 타내고 거액의 합의금을 뜯어낸다.
도로주행규칙 등이 갑자기 변경된 지역도 이들 「빠다리」족의 사냥터.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사거리처럼 좌회전이 허용되다가 최근들어 좌회전 금지구역으로 바뀌는 바람에 이같은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자가운전자가 착오로 신호를 위반하기 쉬운 곳이다.
또 한적한 직진도로에서 급차선 변경의 여지를 주거나, 끼어들게 해주는 척하다가 갑자기 다가와 충돌하는 것도 자주 쓰는 수법이다. 일방통행인 골목길을 잘못 진입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반대쪽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정면 혹은 측면충돌을 가볍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초보운전자임을 알면 사고가 나서 정신이 없는 틈을 이용, 동료 「빠다리」를 불러들여 연쇄사고가 난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이미 골절등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을 동승시켜 사고로 인해 부상한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도 있다.
▷사기식별 및 대응◁
물론 주의와 방어운전이 최상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교통법규와 상황을 착각할 수도 있다. 이런 사고를 당한 운전자들이 사기여부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교통사고를 냈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자기가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는 약점으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번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들의 수법 등을 감안할 때 전국적으로 이같은 「빠다리」족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사기 식별 방법」을 충고했다.
자신이 당한 사고가 어쩐지 석연치 않다고 느낄 때는 우선 사고현장에서 자차와 상대차의 과실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히 따져보아야 한다.
상대 차량 운전자와 탑승객의 인적상황을 정확히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등록번호만으로 보험사에 상대방의 자동차보험 사고경력을 조회할 수 있다. 최근 3, 4년간의 사고기록을 살펴보아 유사한 사고를 많이 냈을 경우 고의일 가능성이 높다. 또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이 잦으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또 대인 및 대물피해가 어느정도인지 확인한 후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혹은 청구)상황을 체크해 보아야 한다. 새로운 피해자가 생겨 있거나 의외의 보험금이 지급(혹은 청구)됐으면 경찰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게 낫다.
이들 사기단이 내세우는 부상은 대개 X레이 촬영 등 객관적인 자료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주장만으로 진단서가 발부될 수 있는 것들이다. 즉 뇌진탕, 추간판탈출증(일명 디스크), 경추부 및 요추부염좌 등이므로 진단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남경욱·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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