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2회·관객 11만명 돌파/국내 뮤지컬에 새바람/원작지 독일에 역수출도「지하철 1호선」이 30일부로 운행을 중단한다. 94년 초연 이후 4년째 쉬임없이 달려 이미 지난달 22일에 600회 공연을 돌파했던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642회 공연을 끝으로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 그간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한 탑승객은 줄잡아 11만여명. 끝간 데를 모르는 공연예술 불황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일구어낸 값진 성과다.
원작의 과감한 각색과 재구성, 스타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은 과감한 신인기용, 제작비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끝까지 지킨 전회 라이브 연주 등. 「지하철 1호선」의 무사고 운행을 가능케 했던 요인들이다. 「지하철 1호선」의 원작 「Linie 1」의 초연 연출자 볼프강 콜네더는 「지하철 1호선」을 관람한 후 『그(김민기)는 「베를린의 연극」을 「서울 연극」으로 만들었다. 그 때문에 성공이다』라고 극찬했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연이후 처음 2년동안은 객석이 반도 차지않는 등 악전고투했다. 누적적자만 억대에 달했다. 말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연은 중단되지 않았다. 『공연이라기보다는 이벤트에 가까운 뮤지컬이 판치는 상황에서 뮤지컬의 장기공연 가능성을 검증해 보고 싶었다. 작품이 썩 나쁘지 않기 때문에 언제가는 관객이 들 거라는 대책없는 낙관주의도 한몫 했을테고』 각색, 번안을 맡았던 김민기(가수, 극단 학전 대표)씨의 회고다. 그의 말대로 관객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그럭저럭 적자도 메꿀 수 있었다. 4년동안 초지일관한 결과였다.
공연이 장기화하면서 극 내용과 색깔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껏 「지하철 1호선」에 등장했던 출연진은 밴드 포함 연인원 100여명. 주인공 「선녀」역만도 5명이 거쳐갔다. 애초 막연히 「시장님」으로 설정됐던 캐릭터가 95년 민선시장 선거이후로는 현 조순 서울시장을 풍자한 듯한 흰눈썹의 인물로 바뀌기도 했다.
한번쯤 요란한 행사를 가질 법도 한데, 그 흔한 「쫑파티」조차 못하게 될 것 같다. 「지하철 1호선」이 끝나는 바로 그 날, 학전의 또다른 록 뮤지컬 「개똥이」의 막이 오르기 때문이다. 『받아야 할 것은 박수갈채가 아니라 좀더 엄정한 지적과 질타일 것 같다. 이런 질타야말로 이 작품이 학전의 진정한 고정 레퍼토리로 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올 10월쯤 다시 관객과 만날 작정이다』 소감을 묻는 빤한 질문에, 김민기씨의 덤덤한 대답이다.
한편, 「지하철 1호선」은 원작 「Linie 1」의 나라 독일로 역수출되는 경사도 겹쳤다. 베를린에 있는 「세계문화의 집」에서 98년 4월 초청 공연을 공식 제의해온 것. 수입 대형 뮤지컬의 도도한 공세에 시달려온 연극계에 오랜만의 반가운 기별이 아닐 수 없다.<황동일 기자>황동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