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에서 깊어가는 모국어 시의 새 경지마종기 시인(58)이 6년여 만에 7번째 시집 「이슬의 눈」(문학과 지성사간)을 냈다.
마시인은 66년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방사선과 의사이다. 2년에 한번꼴로 드물게 고국을 찾지만, 때마다 발간되는 국내 문예지에서는 그의 시들을 간간이 접하기 어렵지 않다. 스무살의 나이에 등단, 황동규 김영태 시인과의 동인집 「평균율」 등으로 젊은 날을 화려하게 시로 꽃피웠던 그는 이국의 땅에서 한층 더 깊은 모국어 시의 새 경지를 열었다.
『그는 천생 시인이다… 타고난 시인적 자질 때문이라기보다 그가 자신의 삶을, 현실적 삶이건 내면적 삶이건, 시적 언어의 형식으로 표현하는 데 큰 의미와 가치를 두고, 또한 시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확인하고, 삶의 변화와 존재 이유를 찾기 때문이다』(오생근 서울대 불문과 교수)
이번 시집에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시들이 많이 실렸다. LA흑인폭동시 한국인 이민들의 참상을 다룬 「패터슨 시의 몰락」등 미국생활에서 나온 시들도 있다. 「가난과 물불 없는 경쟁에서는 진작 밀려난 후/ 고국은 너무 멀었고 총알은 매일 귀끝을 스쳤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울부짖는 동족의 외침/ 핏발 선 두 눈을 가리는 억울한 눈물로도/ 지붕 위에 올라선 기관단총의 방패로도/ 무법의 높은 파도는 막아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역시 자아를 깊숙히 성찰하는 시들이 그의 주조다. 「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 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 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그 감격이 내 몸을 맑게 씻어주겠지/ 열매는 즐거움 되고, 남은 씨 땅에 지면/ 수많은 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구나/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과수원에서」 부분)
그는 이렇게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는」것을 늘 생각하면서 고국과 친구를 그리고 있는 듯하다.
「경상도 하회 마을을 방문하러 강둑을 건너고/ 강진의 초당에서는 고운 물살 안주 삼아 한잔 한다는/ 친구의 편지에 몇 해 동안 입맛만 다시다가/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향기 진한 이탈리아 들꽃을 눈에서 지우고/ 해뜨고 해지는 광활한 고원의 비밀도 지우고/ 돌침대에서 일어나 길떠나는 작은 성인의 발…」(「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중에서).<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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