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적자확대·주가폭락 등 올 상황 6공말과 비슷문민정부 말기인 올해의 경제상황이 5년전 6공말(92년)과 너무나 흡사하다. 경기불황(저성장) 국제수지적자확대(외채증가) 주가폭락(실세금리상승) 물가상승 설비투자위축 등으로 대표되는 「총체적 경제위기」가 5년만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정권말기적 현상이 고착되어 가고 있다』며 「한국경제 5년 주기설」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5년마다 대통령선거(12월)를 치러야 하는 정치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치권의 구도도 5년전과 비슷하다. 레임덕현상으로 대통령의 통치력은 현저히 약해지고 있고 여권에서는 후보 조기가시화론이 일고 있다.
여권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청와대의 영향력은 더 떨어질게 뻔하다.
92년 경제상황과 정부의 대응을 분석해보면 향후의 정부대응책을 어느정도 간파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물가 등 3대 거시지표의 흐름이 92년과 거의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침체속에서 설비투자와 내수가 크게 위축된 것도 그때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국제수지악화는 92년의 재판이다.
경제정책운영의 기본방향이 모두 안정기조에 맞춰진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경제팀장인 경제부총리(92년 최각규, 97년 강경식)가 경제기획원 관료출신의 소신파 안정론자인 것도 같다. 경제부총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위적인 경기부양 불가」와 「정치논리 배제」를 강조하고 있다.
증시여건도 너무 닮았다. 우리 증시는 92년에 미증유의 폭락장세를 보인데 이어 97년에도 그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금리상승도 마찬가지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92년은 경기저점(93년 1월)을 앞둔 침체국면이었으며 올해도 하반기를 전후해 경기저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관심사항은 정부의 정책대응이다. 92년의 경우 당시 최부총리는 정책추진에 있어 많은 한계를 느꼈다. 대선이 임박해지면서 정치권의 요구가 강해졌고 경제부총리는 정책 장악력을 사실상 잃고 말았었다. 정치논리가 경제정책을 지배해버린 것이다. 써서는 안된다던 인위적 경기부양책이 교묘한 방법으로 동원됐다. 당시 최부총리와 이용만 재무부장관 조순 한은총재는 경기대응책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92년 상반기 강도높은 임금안정책과 과소비억제 부동산투기대책을 시행했다. 지금의 경제팀도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경제논리에 부합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반기부터 경제정책기조가 「안정」에서 「부양」으로 급선회했다. 그동안 금기시했던 경기부양책과 증시부양책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경제장관들이 여권후보진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부는 급격한 설비투자감소가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설비자금 공급확대 등 경기활성화 조치를 시행했다. 또 8월에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유도와 배당소득이 분할과세되는 소액주주의 범위확대 등 증시안정 종합대책을, 12월엔 금리하향 안정화 및 여신관리제도 개선 등을 담은 금융운영방향을 각각 발표했다. 또 건축허가제한을 일부 해제하고 「5·8부동산투기억제대책」중 일부를 완화하는 한편 정부와 한은이 3조2,000억원에 이르는 투신사 특별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올해에도 정치권은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서면 경제팀에 「표」를 의식한 경기부양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강경식 경제팀이 초지일관하여 안정기조를 지킬지, 정치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부양책을 동원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집권여당으로서는 대선승리만큼 중요한 목표가 없는데 과연 강부총리가 여당후보의 정치적 요구를 뿌리칠 수가 있겠느냐』며 『하반기에는 92년과 마찬가지로 각종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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