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에 미쳐’ 남편과도 생이별/“외로움보다 지원비 줄어 걱정”크리스티아네 크네히텔. 41세. 독일 훔볼트대학 동물행태학 박사. 날씬한 몸매에 매혹적인 금발 고수머리. 사회학자인 남편 얀(베를린대 교수)과 떨어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바나(초원)에서 살고 있다. 현지 사람들은 그를 『물소부인』이라고 부른다.
크네히텔이 남아공 동북부의 이곳 물소보호구역을 찾은 것은 4년전. 르완다 산악 고릴라를 연구한 전설적인 미국 여성동물학자 다이언 포시처럼 아프리카 물소에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사회적 행태를 밝히려는 꿈을 안고 왔다.
크뤼거국립공원과 인접한 이곳 보호구역을 관통하는 클라제리 강변에 해가 저물 무렵이면 사자 코끼리 하이에나 영양 기린들이 모여든다. 툴툴거리고 킁킁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물소떼도 나타난다. 그는 녀석들을 하나하나 구분할 수 있다. 눈 사이에 난 상처나 뿔의 형태, 등의 붉은 점, 체형 등으로 인상착의를 가려내는 것이다. 물소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볼 만큼 그에게 익숙해져 있다. 크네히텔은 『가끔 불안하긴 하지만 무섭지는 않다』며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40∼50m 거리를 두고 관찰한다』고 말한다. 물론 호신용 무기도 없다.
물소는 코뿔소 사자 표범 코끼리와 함께 아프리카 5대 동물로 꼽힌다. 가죽과 뿔을 노리는 밀렵꾼들 때문에 수가 많이 줄었다. 아프리카 물소는 『사람과 동물을 공격, 발과 뿔로 짓이겨버리는 난폭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달려드는 물소를 경험한 사냥꾼의 시각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같은 결론은 물소의 몸짓언어와 울음소리 등을 비디오테이프와 녹음기에 담아 분석한 결과다.
크네히텔은 동독 드레스덴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그래서 타잔의 애인 제인처럼 야생에서 사는 삶을 꿈꿔왔다. 『아프리카 관련 책을 닥치는대로 읽었지요. 동물에 완전히 미쳐서 판다조련사나 동물원 문지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 14세때 아버지 소개로 만난 드레스덴동물원장 볼프강 울리히 박사의 말씀을 듣고 아프리카로 가려면 동물학을 공부하는 길밖에 없다는 결심을 굳혔어요』 그는 훔볼트대에서 학위를 받고 동독 과학아카데미에 들어가 동베를린동물원에서 6년간 사자의 행태를 관찰하면서 물소 연구를 시작했다.
남편과 1년에 2번밖에 못 만나는 외로움도 그렇지만 연구지원비 부족도 큰 어려움이다. 남아공 프레토리아대학의 보조금은 끊겼고 독일 아카데미 교환기금만 남았다. 그래서 그의 천막생활은 가난하다. 그래도 연구를 마치려면 2년은 더 남았다. 『출생 직후부터 알고 있는 아가들이 다시 새끼를 낳는 것까지는 봐야지요』<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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