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신임 경제부총리가 취임 첫날부터 기폭성이 강한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이 소신을 밝혀 주변을 긴장시키고 있다. 취임하던 날 금융실명제를 보완하겠다고 말한 것도 폭탄성 발언이었지만 잇달아 밝힌 은행감독원의 분리방침과 그린벨트 규제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방침도 엄청난 파급영향을 불러올 수 있는 메가톤급 정책발언이다.강부총리가 소신있게 일을 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은 추락위기에 있는 우리 경제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소신이 지나쳐 과욕을 빚고 추진력이 너무 강해 독선으로 흐른다면 김영삼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의 마무리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정이 필요한 우리 경제에 더 없이 불행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일부에서 벌써부터 3공 5공 정부때 그의 별명이었던 강경식을 들먹거리며 걱정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 같다. 금융실명제 보완론만 하더라도 그게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너무 경솔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의 소리가 있다.
그 비판의 논거는 첫째, 실명제는 문민정부가 내세우는 개혁의 대표작품이므로 그걸 손대고자 한다면 먼저 대통령과 상의하거나 최소한 사전통보라도 하는 예의를 갖추었어야 하고 둘째, 집권여당은 물론이고 총리와 다른 경제부처 등 정부 여당내의 의견조정과정이 있었어야 하며 셋째, 개인적인 소신을 말하는 경우였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먼저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분명한 이유와 논리를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 부임한 경제장관들과 상견례도 하기전에 정부 차원의 중대한 경제정책에 대해 이것저것 혼자 말을 다 해버리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지금은 매사 조심조심 신중을 기하면서 화합과 안정을 도모할 때다. 가장 시급한 경제의 처방도 안정이다. 겸손한 태도가 아쉽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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