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고 김소희 이어 같은 극서 소리 실연/초연당시 기록없어 소리를 새로 짰어요안숙선(48·국립창극단 지도위원)씨가 오태석의 연극 「태」에서 소리를 실연하고 있다. 3번의 중요 대목에서 장면에 맞춰, 자신의 천변만화한 소리로 한을 토해낸다.
단종의 양위 장면에서 성삼문의 시조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대목, 「대를 이을 자식 하나 점지해달라」는 사육신 박팽년 며느리의 피맺힌 비원 대목, 단종이 사약 마시고 숨 거둔 직후의 대목 등 모두 세 곳.
세번째 소리대목에서 연출자와 약간의 이견이 있었다. 슬픔이 극에 달하는 장면이니 계면조로 하자는 자신의 의견에, 오씨는 『마지막 대목인 만큼, 훌훌 털자』고 제안. 결국 민요풍의 들노래를 구음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낙착됐다. 차라리 허허로운 너털웃음에 가장 한국적인 성정이 존재한다는 연출자 평소의 지론 대로다.
「태」는 74년 초연된 이래, 일본 전역에 한국어로 TV방송되는 등 숱한 화제를 모은 작품. 그러나 안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초연 당시 소리를 맡았던 사람이 바로 직계 스승 고 김소희씨였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태」를 만나 23년을 뛰어넘은 것. 그러나 초연 당시의 소리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세 대목의 소리를 모두 직접 만들어야 했다. 『소리를 짰다』는 게 그의 표현.
새 소리 엮기, 국악과 주변 장르와의 만남에서 그는 선구적 국악인이었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춘향전 중 「사랑가」 협연, 김덕수와의 근작 앨범 「웨스트 엔드」 등 일련의 「크로스오버」 작업들이 그것이다.
그의 가장 큰 꿈은 뭐니뭐니 해도 판소리의 완성. 6장짜리 음반 「완판 춘향전」은 그 출발. 86∼90년까지 판소리 다섯 바탕 전판 공연을 완료한 저력이 이제 음반으로 빛볼 날을 손꼽고 있다. 「태」는 20일까지 국립극장소극장. 평일 하오 7시30분, 토·일 하오 4시.<장병욱 기자>장병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