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불출마자 원칙… ‘이한동카드’ 부침 거듭/이수성·최형우·이만섭 고문 등 거명 ‘12일 최종낙점’신한국당의 새 대표 인선문제가 우여곡절을 거듭하고 있다.
이한동 고문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의중인 것 같지만 과정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다름아닌 「관리형 대표」를 고르겠다는 인선조건 때문이다. 강인섭 청와대 정무수석은 8일 『대표를 맡을 사람은 스스로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경선참여를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공정한 게임이 보장되고 여타주자들의 일탈과 반발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당 대표와 경선 출마자의 분리 원칙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이고문에 대한 일종의 최후통첩 같은 것이다.
청와대의 관리형 대표라는 인선원칙이 확고하자, 경선출마를 고수해온 이고문 주변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고문의 측근들이 경선출마 포기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고문이 아직 직접 경선포기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측근들은 『대표직 제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고문이 미리 경선포기 의사를 밝힐 수도 없지 않느냐』며 청와대와의 조율과정에서 경선포기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고문도 최근의 보좌진과의 회의에서 『마음을 비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또 『나는 지금까지 기교를 부리며 정치를 해 온 적이 없다』며 『정치란 믿을 신자가 바탕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비웠다」 「신뢰」를 강조한 이고문의 속뜻이 궁금하다. 우선 이고문은 자신이 버티는 듯한 모습이 마치 김영삼 대통령과 기싸움을 벌이는 식으로 비쳐질까 염려하는 눈치다. 또한 다른 대선주자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필요도 있는듯하다. 이고문의 한 측근은 『마음을 비웠다는 말은 경선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된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또다른 측근의원은 『이고문이 대표를 맡으면서 적절한 방법으로 경선포기 의사를 밝히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간접화법만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주자들은 이고문을 대표에 기용할 경우 경선포기 각서를 받아둬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경선출마 포기를 시사한 것만으로는 공정경선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전히 대타론이 거론되고 있다. 대타에는 「와일드 카드」 이수성 전 총리가 우선 있다. 그러나 이 전총리는 9일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마당에 대표직은 당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총리를 대표에 기용하면 와일드 카드는 효용성이 끝난다. 그 다음은 최형우 고문. 민주계수장을 전진배치하는데 따른 부담과 이에대한 저울질의 결과가 관건이다.
순수관리형 대표로서 이만섭, 김명윤 고문, 김종호 의원도 여전히 거명되고 있다. 관리형대표라고는 하지만 이고문의 평소 기질을 볼 때 「강단있는 통솔」이 가능해 경선주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대표에 대한 최종 낙점은 12일 하오에 이루어진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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