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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파 특별법 필요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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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파 특별법 필요하다(사설)

입력
1997.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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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신임국무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1만1,000개의 각종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고총리의 이 말이 많은 국민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킨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규제완화, 규제혁파야말로 오랜 과제이면서도 지금껏 속시원한 결론이 안난 난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지않은 기대와 함께 말기 정권의 한시총리가 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먼저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기 위해 한시법 성격의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근거해 구성되는 특별기구가 규제철폐 조치를 전담토록 하겠다는 고총리의 접근방식은 괜찮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하다.

가장 큰 이유는 행정규제 철폐와 완화라는 개혁시책을 마련한다는 중책을 맡은 대통령 직속의 행정쇄신위원회(행쇄위)의 위상과 성격과 권한만으로는 기업들의 자율경영의 발목을 잡고 행정민주화와 자율화, 그리고 지방자치 시대의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란 시대적 요청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영삼정부 출범직후인 93년 4월 발족한 행쇄위는 행정 규제완화와 그로인한 작은 정부구현이란 중책을 맡고 4년여동안 활동해 왔다. 그동안 2,538건에 달하는 일반행정규제를 완화하는 치적을 올렸다. 또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산하에 경제규제완화위원회가 설치돼 나름대로 경제행정규제 완화 개혁을 해왔다.

하지만 재벌 기업인이든, 중소기업인이든, 또는 일반 시민이든 모두가 경제활동이나 일상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불필요한 규제가 정말로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은 행쇄위가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끄집어내 폐지시키는 집행능력을 갖지 못하고 폐지 또는 완화의 필요성이나 당위성 제기에 그치고 만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각종 행정규제는 법과 제도속에 들어가 있다. 그 자체가 행정부의 권한이 되어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행정규제의 폐지가 제대로 됐다면 작은 정부의 실현도 가능했던 것이다. 권한도 없는 행쇄위가 폐지 또는 완화의 필요성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해서, 또 그 속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개선을 지시했다고 해서 관련부처가 자신의 손발을 자르는 식의 권한축소 내지는 규제포기를 하겠느냐는 데서 행쇄위의 「규제완화 4년 노력」은 말에 그쳤던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규제혁파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특별기구 구성의 구상에 찬성하면서 정말 할 것이면 지체없이 추진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물쩍하다가는 「임기 1년」이 채 안되는 고총리가 착수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 될지 모르고, 또 예상 못했던 시행 착오마저 겪는다면 차라리 손을 대지 않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했으면 한다. 또 불필요한 규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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