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동법 시행되면/양노총,조직확장·선명성 등 경쟁관계 본격화/노조전임자 급여금지 등 제약조항해결 숙제여야가 합의한 노동법재개정안이 시행되면 본격적인 「복수노총」시대가 전개되면서 노동계의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날치기 통과된 개정노동법에서 3년 유예됐던 상급단체 복수노조 설립이 이번 재개정노동법에선 즉각 허용됨으로써 법외노조에 머물러 있던 민주노총(위원장 권영길)이 합법적 상급단체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50여년간 유일 합법적인 「내셔널 센터」(National Center)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한국노총(위원장 박인상)의 기득권이 사라지고 대정부·대사용자 관계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대등한 위치를 갖게돼 두 노총의 경쟁관계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은 우선 적극적인 조직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900여개 노조 49만여명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5,500여개 노조 120여만명의 조합원이 있는 한국노총에 비해 수적인 열세에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신규노조설립을 통해 조합원 수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특히 삼성그룹 포항제철 등 노조활동이 취약한 주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노조를 설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양대 노총은 대정부·대사용자 관계에서 「선명성」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민주노총이 선명성에서 우위를 차지해왔지만 한국노총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2월 총파업당시 야당과의 제휴 등 기존 노선에서 크게 변화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함께 민주노총이 제도권내에 편입됨에 따라 좀 더 온건한 방향으로 노선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양대 노총의 통합논의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나 두 노총의 속성이 판이해 조속한 시일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장기적으로는 두 노총 외에 제3, 제4의 노총이 출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복수노총의 출현과 5년후 단위사업장의 복수노조 허용은 90년대 들어 침체상태에 빠진 노동운동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말부터 1월에 걸친 총파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노동운동이 활성화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재개정노동법에는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금지 등 노동운동을 제약하는 몇몇 조항들이 노동운동 활성화를 위한 숙제로 남아있다.<남경욱 기자>남경욱>
◎경영환경 변화/인력정리 난제… 노·노 갈등도 부담/무노동무임금 원칙 명문화는 “환영”
여야가 합의한 새 노동법안은 앞으로 기업경영환경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핵심쟁점별로는 희비가 엇갈리지만, 재계는 『불만족스러워도 더이상의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일단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경영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리해고제는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도입됐다. 경영계는 이를 사용자의 해고권을 극히 제한해왔던 경영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계기로 기대해왔으나 기업의 양도·합병·인수가 해고 사유에서 제외돼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길이 인수합병(M&A)이고 그 과정에 가장 큰 골칫거리가 인력정리문제였다. 이번 개정안에서 M&A 가 해고요건에서 제외됨으로써 기업들은 예전처럼 대법원 판례를 원용하는 「우회로」를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급단체 복수노조가 즉시 허용됨으로써 우리나라의 노사 풍토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영계 입장에서는 상급단체간의 선명성 경쟁으로 노노 갈등이 불거질 경우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영계는 노사협상의 창구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사용자측에 지워서는 안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노 갈등이 노사분쟁으로 번질 경우 사용자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민노총이 제도권에 흡수됨으로써 강경 노선이 누그러지고, 노동계의 분열을 촉진해 노사관계가 안정되리라고 상반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새 노동법은 「사측은 쟁의기간에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원칙적으로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명문화했다. 사실 우리 기업들의 쟁의기간 임금지급률은 20% 내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경영계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무노무임 원칙의 고수가 노사간 분쟁을 심화하는 주범이 돼왔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계가 가장 노심초사해왔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도 노조자립기금 조성을 단서로 명문화했다. 노조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조는 존립할 수 없다는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강경투쟁양상이 누그러지고 노조 자체가 약화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노동법이후 국회/한고비 넘어 안기부법 ‘3색 진통’/찬양·고무조항놓고 2야도 삐걱
노동관계법이 한 고비를 넘기자 이번엔 안기부법이 「뜨거운 감자」로 남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간의 근본적인 입장차이도 문제지만 그 전에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야간의 이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6일 신한국당이 날치기 처리한 안기부법에 추가된 내용은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와 찬양·고무조항 두가지. 이에대한 여야 입장은 각각의 정강정책에 따라 「3당3색」일 수 밖에 없었다.
신한국당은 법개정의 장본인이었고 국민회의는 두가지 조항 모두 「절대불가」입장이었다. 자민련은 경찰의 대공수사력 강화를 전제로 법개정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는 중간입장이었으나 지난해 말 소속의원 집단탈당사태 등을 계기로 국민회의와 함께 「원천무효」를 주장해왔다.
이같은 안기법이 최근 황장엽 망명사건과 노동법처리 등과 맞물려 정치적 해결을 모색해야 할 단계에 이르자 자민련측에서 절충안을 냈다. 자민련이 낸 절충안은 개정 안기부법중 불고지 조항은 그대로 남겨두되 찬양·고무 조항만 없애자는 것.
김종필 자민련총재도 지난 7일 조계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송월주 총무원장에게 비슷한 언급을 했고 같은날 국민회의―자민련 8인공동위원회에서도 그런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이같은 절충안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찮은 실정이다. 국민회의는 무엇보다 개정 안기부법이 올 대선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칫 색깔론에 휘말려 헤어날 수 없는 곤경에 빠질 것이란 걱정도 있다. 국민회의는 당장 김대중 총재가 서경원 밀입북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때문에 『개정이 꼭 필요하다면 대선 후에 하자』는 안을 낼 정도이다.
여야는 오는 11일 안기부법에 대한 비공개 토론회를 갖고 14일 국회 정보위에서 이를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야당간에 합일점을 찾지 못하는 한 안기부법 재처리문제는 노동법문제 못지않게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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