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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막지못한 ‘향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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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막지못한 ‘향학열’

입력
1997.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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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 민종식 할머니 방송대 국문과 입학/“일제때 못배운 우리말 맘껏 배워야죠”고희를 넘긴 할머니가 한국방송통신대에 최고령으로 입학했다.

8일 건국대에서 열린 방송대 입학식. 민종식(72·여·성동구 송정동)씨는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학 새내기」가 됐다는 생각에 들뜬 표정이었다.

민씨가 뒤늦게 방송대 국문과에 진학한 이유는 소박하다. 일제시대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우리말을 좀 더 잘 알아야겠다는 것이다.

『보통학교때 학교에서는 우리 말을 할 수도, 쓸 수도 없었어요. 발각되면 일본인교사로부터 무서운 벌을 받았으니까요. 이제 그런 무서운 시절도 아니니 일기라도 제대로 쓸 수 있을 만큼만 우리 말을 더 배우고 싶을 뿐이에요』

민씨는 여자를 바깥으로 내돌릴 수 없다는 부모님의 반대로 1939년 경기 화성군 반월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9세 되던 44년 결혼했다. 민씨는 3남1녀를 세무사 공인회계사 고교교사 등으로 훌륭히 키우며 살아왔다. 이제 생각하면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군대위안부로 끌려갈까 두려워 서둘러 결혼시킨 부모님이 감사하지만 배우지 못한 한은 가시질 않았다.

이래저래 속을 태울 때쯤 『할머니처럼 나이 많은 분들도 공부를 한다』는 친지 소개로 90년 중학과정을 가르치는 수도고등공민학교에 입학, 50여년만에 책을 잡았다.

부끄러워 입학 한달이 지나서야 겨우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민씨의 한풀이공부는 무서웠다. 1년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포기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손자뻘인 학생들에게 물어가며 과정을 마쳤고 지난 해에는 고교과정인 동신실업고를 졸업했다.

민씨는 『아직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좋아서 하는 공부인 만큼 포기하지 않고 대학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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