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실질심사제도 운영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간의 불협화가 보기 흉하다. 법관이 형사피의자를 불러 직접 심문한 뒤 구속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몇시간동안 피의자가 검찰의 유치 거부로 아무 제지 없이 서울지법 구내를 활보한 사건(5일)이 있었고, 검찰은 앞으로도 영장발부 대기상태에서는 피의자의 신병을 수령하지 말도록 전국검찰에 지시했다. 그렇다면 피의자 신병관리에 유효한 수단을 갖지 못한 법원의 관리소홀로 피의자가 도주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법원측은 사법경찰관을 동원하거나 자체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하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혼란이 따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검찰은 법관이 피의자를 심문하기 위해 발부한 구인영장은 말 그대로 피의자를 법관 앞에 데리고가는 수단일 뿐이어서 유치장에 가두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법원측은 체포의 경우 명문조항 없이도 경찰서에 유치할 수 있는 것처럼 구인장에는 피의자를 24시간 유치할 수 있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법리에 관한 논쟁에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인신구속을 신중히 하자는 취지의 새 제도 운영에 시행초기부터 마치 감정 싸움같은 잡음이 일어나는 것은 심히 유감된 일이다.
법관의 피의자심문 직후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해 「사각시간」을 없애면 문제는 해결된다. 법원과 검찰이 서로 협조하면 어려울 것도 없다. 검찰은 일본의 경우처럼 법관이 미리 사건기록을 검토한 뒤에 피의자를 심문하면 사각시간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법원측은 검찰이 야간에 영장을 청구하는 수사관행 때문에 사건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없어 부득이 피의자 심문을 먼저 하고 기록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긴급한 때를 제외하고는 하오 1시이후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관행이 정착되면 미리 기록을 보고 심문을 하게 돼 사각시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검찰과 법원 양쪽에 모두 나름대로 그럴 사정이 있음을 우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제도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본다. 다행히 법원은 8일 영장담당판사를 늘려 사건기록을 먼저 검토한 후에 피의자를 심문토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기록이 너무 방대해 검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 대비, 형사소송법 시행규칙에 피의자 심문직후부터 영장발부 시점까지 피의자를 유치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 말썽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번 파동은 법원과 검찰의 힘겨루기 또는 감정싸움으로 비춰지고 있으므로 논쟁은 하루속히 진정되어야 한다. 영장실질심사제로 권한이 축소된 검찰이 문제를 삼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 너무 원칙론만 내세운다는 인상보다는 좋은 제도의 정착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검찰위상 회복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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