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잃은 현대인에 자연의 따스함 들려줘/시골의 평화와 솔직함 나이들수록 더욱 다가와나는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를 대학시절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처음 만났다. 선명하게 대비되는 도시(잿빛 포장도로)와 시골(오두막, 벌떼)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이 시는 30여년만에 나를 또 찾아왔다.
96년 3월, MBC애드컴을 떠나게 되었다. 93년 3월까지 27년간 몸담았던 문화방송을 퇴직한 뒤 몸을 담아 두번째 정든 회사였다.
30년 가깝게 순수 방송인으로 있었기 때문에 광고는 아주 낯선 분야였지만 그래도 열심히 뛰어서 어려웠던 회사를 정상화 시켜 놓은 직원들과 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석별의 정을 떨치기 어려워 이임식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지난 3년간 여러분들이 도와줘 어려운 광고시장을 잘 헤쳐왔다. …무엇보다 내 가족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마웠다. 특히 이 회사에 다니는 동안 내 딸과 아들이 대학공부를 끝내게 된 것은 여러분의 덕택이다…』
그 무렵 회사도 나 개인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눈시울을 적시는 사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며칠 뒤, 직원 한사람이 집으로 「이니스프리 호수섬」을 적어 보냈다.
이임식 때의 내 얼굴이 이 시의 정서와 너무나 흡사했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감성은 놀랍게도 너무나 자주 같음을 알게 된다.
예이츠는 192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 작품을 서양판 「귀거래사」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시가 단순한 향수나 현실도피의식을 담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의 갈등관계를 고려한다면 예이츠는 아마도 복잡하고 음모투성이의, 위선이 습관화한 도시생활에 역겨움을 느끼고 자연의 단순함과 솔직함을 열망했었을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음에도 자연과 시골을 너무 좋아해서 자주 촌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힘들게 몇십년동안, 날로 각박해져 가는 경쟁사회를 달려온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자주 찾아오는 것은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단순함과 솔직함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자연 속에 홀로 있을 때 느끼는 평화, 고향이 주는 따스함,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언제나 이런 것들이 아닐까.
고향을 잃은 현대인에게 「이니스프리 호수섬」의 호숫가 마을은 그대로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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