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색한 자구책” 비난속 대여 교란전술 경계심야권의 내각제 논의를 바라보는 여권의 시각은 민감하다.
표면적으론 냉소적이지만 속으로는 경계심이 가득하다. 신한국당 김철 대변인은 8일 『헌법은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편의시설이 아니다』라며 야권의 내각제 논의를 신랄히 비난했다. 김대변인은 『어제는 여당의 내각제 음모를 분쇄하자고 말해놓고 오늘은 내각제를 대권장악의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국가제도의 미래는 미래담당세대가 논의할 과제이지, 청산대상 세대가 조작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궁색한 자구책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내각제논의 자체를 일축하는 분위기다.
다만 여권 일각으로부터 내각제논의의 확대재생산을 우려하는 모습이 감지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야권의 내각제공론화 전략이 대여교란전술로 활용될 경우 이는 여권내부구조의 균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염려가 우선 있다. 여권이 당장 경계하는 것은 내각제개헌자체가 아니라 가뜩이나 복잡한 여권내부의 역학구조를 뒤흔드는 외생변수로서의 내각제논의인 것이다.
신한국당 대선주자 가운데에도 내각제를 선호하는 인사들은 분명히 있다. 만일 이들중 일부가 여권의 후보경선과정이나 결과에 불복, 일탈의 조짐을 보인다면 「내각제」는 하나의 「일탈명분」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김영삼 대통령의 장악력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차피 여권의 후보경쟁은 축제분위기보다는 이전투구의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이같은 가변적 환경이 여권의 「내각제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정가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여권의 대선경쟁구도에 수정을 해야할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후보경쟁구도가 야권의 내각제논의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갈수록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만에하나 신한국당 대선주자중에서 야권의 내각제논의에 가세하는 양상까지 빚어진다면 내각제논의는 여야 정치권 공통의 화제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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