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Asian Wall Street Journal 3월6일자멕시코에 「엘 데다조」라는 말이 있다. 현직대통령이 자신의 뒤를 이어 집권당후보가 될 사람을 지명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 관행은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누구에게든 『12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라고 물으면 그는 『집권당의 실력자가 누구인가』라고 되물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과거처럼 그렇게 간단할 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보스캔들로 인해 한국은 이 관행을 포기하게 될 것 같다. 김영삼 대통령은 신한국당의 후보 선출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겠다고 다짐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너무 약화했다고 말한다.
만약 이러한 변화의 결과, 무능한 인물이 후보로 선출된다면 이는 비탄할만한 일이다. 북한이 내부격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기에 한국은 그러한 사태를 허용할 수 없다. 게다가 한보스캔들로 국민의 사기는 물론 정치와 금융분야마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후계자 선정 역할을 당이나 국민에게 개방하는 것은 「모든 사람은 누구나 한 표」라는 말을 구호에 그치지 않게 하는데 크게 공헌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사과 담화를 통해 『후보가 누가 되든 당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월까지만 해도 신한국당의 대선후보에 대해 자신의 소견을 밝힐 것이라고 말해왔다. 한국관측통들은 선거가 임박했는데도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 지 전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재직중 사과해야 했던 일은 일찍이 없었다. 대통령의 가족도 오점이 찍혔다. 한보사건의 배후인물로 지목됐던 차남 현철씨는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김대통령은 『이러한 말이 나돌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럽게 여긴다』며 아들의 모든 사회활동을 금지시킬 것을 다짐했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아들을 멀리하기로 한 것은 민주화에 대한 희망을 고조시키면서 취임한 반체제 출신의 김대통령에게는 쉽지 않았을 일이다. 그러나 그는 하나의 좋은 유산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