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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남북대화 유도 최선을/벤자민 길먼(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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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남북대화 유도 최선을/벤자민 길먼(아침을 열며)

입력
1997.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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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마셜 전 미 국무장관은 2차대전 직후 미국의 안전과 자유는 유럽의 안전과 자유에 달려있다고 선언하면서 유럽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21세기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미국의 안전과 자유가 아시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구상의 어느 지역도 아시아보다 미국의 장래에 사활적인 곳은 없다. 아시아지역 내 7개국들은 전세계 예금보유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 북미를 제외하고 아시아만큼 석유 소비량이 많은 곳도 없다. 2010년이면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경제활동중 3분의 1이 아시아지역에 집중되게 된다.

미국의 전체교역량 중 3분의 1 이상이 아시아 지역과 이루어지고 있다. 95년도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수출액은 1,930억달러로 이는 유럽에 대한 수출고보다 500억달러가 많고 전년에 비해 26%가 늘어난 규모다.

군사적으로도 세계 8대 군사강국이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중 러시아, 인도, 중국 등 3개국은 공인된 핵보유국이다. 게다가 한반도의 휴전선에서부터 대만해협, 남사군도, 카슈미르에 이르는 지역에는 잠재적인 분쟁의 불씨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차대한 시점에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도력과 공약은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의 미군사력은 90년 13만5,000명에서 96년 8만5,000명으로 감축됐다. 아시아인들은 92년 필리핀의 미군기지 폐쇄조치에 의문을 표시한 바 있다. 그들은 미국의 이같은 행동이 후퇴를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한다.

중국이 이 지역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 미국이 고립의 껍질 속으로 움츠러드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덩샤오핑(등소평)이 사망하고 장쩌민(강택민)의 권력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시점에 미국은 아시아 지역과의 장래 관계에 대한 기본틀을 마련함으로써 이 지역 국가들에 대한 장기적인 공약을 재확인시켜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맞고 있다.

여기서 나는 미 행정부에 「태평양 헌장」을 마련할 것을 주창한다. 이를 통해 21세기 아시아지역에 대한 정책의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이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를 구체화하며 그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명시해야 한다. 태평양헌장은 미국이 20세기 후반 유럽을 중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21세기에는 아시아 중시정책을 펼칠 것임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헌장은 또 이 지역에서 미군의 장기적인 주둔을 보장하고 지역안보 협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야 하리라 본다. 특정 국가에 의한 헤게모니 장악을 방지하며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미국의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전진배치한다는 내용도 물론 포함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수호와 법치, 인권과 신앙의 자유를 존중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교역의 확대 등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남북한간의 대화재개를 위한 미국의 노력을 가일층 촉구하고 인도와의 관계를 개선하며 무기확산·마약 밀거래·테러·환경파괴 등 기타 지역적인 이슈들에 대한 정책의 대강을 확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러시아와의 관계, 일본과의 지역안보 협력강화, 새로운 안보구도의 모색등이 태평양헌장에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헌장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목은 중국과의 장기적인 관계증진의 필요성이 될 것이다.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은 특정 패권세력의 등장인데 중국이 그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견제세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아시아가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의 영향권내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21세기를 맞는 지금 우리는 아태 지역에 대한 우리의 이해관계를 재정리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우방이나 기타 국가들에게 미국이 앞으로도 역내 안정세력으로 남아있을 것임을 알려야할 때가 왔다고 본다.<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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