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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여자는 경박하다?/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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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여자는 경박하다?/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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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 갈 때 여행자들은 그곳 사람들의 풍습 생활방식 등을 보면, 물론 놀란다. 바로 이런 놀라움을 맛보려는 것이 여행의 이유가 아닌가?나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온 이유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놀랄만한지 알고 싶어서였다. 기대했던대로 이곳에서 보낸 지난 10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프랑스인인 내게 한국은 여러가지로 놀라운 나라다.

많은 외국인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가게에 진열된 마네킹이 모두 서양여자의 모습인 것이 놀라웠다. 몇년전 학원선생이었을 때 학생들에게 『여러분 생각에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어본 일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은 서양식 미의 기준으로 대답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요즘은 서양식 미를 따르고 서양인 마네킹을 세워두는 정도만이 아니다. 포스터, TV광고, 잡지 등 곳곳에서 진짜 서양여자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한국인들은 왜 서양인 마네킹이나 모델을 선호하는 것일까. 한국인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들의 이미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나 서양여자의 등장이 광고 모델에 그치지 않고 포르노 사진이나 영화로까지 이어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서양여자에 대한 좋지못한 이미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 살고있는 서양여자이므로 이 문제에 무관심할 수가 없다.

얼마전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한 젊은 남자가 스포츠신문에 실린 야한 서양여자의 사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우선 여자로서 기분이 나빴다. 자기집 안방도 아니고 공공장소에서 그러다니 여자를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가 아닌가? 만약 여자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야한 남자의 사진을 본다면 남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또 한가지 그 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중 내가 유일한 서양여자였기 때문에 더 불쾌했다.

어떤 남자들은 서양여자를 만나면 신사가 된다. 여자에게 차의 문을 열어주고 담배를 피우기 전에 양해를 구한다든지 외투를 입을 때 도와주는 등등…. 어떤 남자들은 그 반대다. 그들은 야한 영화나 사진, 요즘 들어서는 컴퓨터로도 볼 수 있는 서양여자들의 이미지 때문에 서양여자들이 실제로 그만큼 경박하다고 생각하는듯 하다. 그래서 그들도 점잖지 못한 행동을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에게서 『프렌치 키스 해줘』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 「프렌치 키스」라는 말은 프랑스에서는 들어본 일이 없다. 나는 처음에는 프랑스인들이 반갑게 인사할 때 뺨에 뽀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줄 알았다. 또 어떤 남자들은 내 손이나 어깨, 심지어 다리에 손을 대기까지 했다. 몇몇 한국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서양여자에 대한 이런 나쁜 이미지를 내 힘으로 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마디는 해야겠다. 서양사회가 한국사회보다 더 개방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나 사진 등에서 보는 서양여자들의 모습을 기준으로 모두를 판단해서는 안된다.<형사정책연구원 번역요원·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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