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에르바칸 터키 총리/군부와 힘겨루기 ‘무릎’(뉴스메이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에르바칸 터키 총리/군부와 힘겨루기 ‘무릎’(뉴스메이커)

입력
1997.03.07 00:00
0 0

◎회교세 무력화안 울며겨자먹기 승인네크메틴 에르바칸 터키 총리가 군부와의 힘겨루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5일 쿠데타 가능성을 들먹이며 군부가 들이댄 「회교세 무력화」결의안을 어쩔 수 없이 승인했다.

헌법에 회교율법(샤리아)의 삽입을 시도하는 등 회교 통치노선으로의 복귀를 추구해온 에르바칸의 「날개」를 군부가 힘으로 꺾은 셈이다.

터키의 현 헌정체제를 떠받쳐온 군부가 주도한 20개항의 이번 결의안은 회교세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내용 일색이다. ▲회교단체의 코란학습금지 ▲언론매체의 율법 선전불허 ▲회교과격인사의 지방정부직 박탈 ▲공공기관내 회교복장 착용금지 등이 주요골자. 에르바칸은 결의안 승인 수시간 전까지 불가방침을 천명했지만 최고자문기구인 국가안보위원회(MGK)소속 군장성들의 협박에 못이겨 굴복했다는 후문이다.

일한 키리치 대장을 핵심으로한 군부는 회교 테러분자 척결을 위해 결의안을 추진했다지만 실제 속뜻은 「에르바칸 길들이기」에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에르바칸이 지난해 7월 취임이후 군부의 견제를 무시하고 친서방 외교노선 및 정교분리 원칙에서 탈피한 독자 행보를 고집해 왔기 때문이다.

군부가 총리를 만만하게 보는데는 에르바칸의 왜소한 정치 입지도 작용하고 있다.

95년 12월 총선에서 에르바칸이 이끈 복지당은 제1당으로 부상했지만 의회 의석은 총 550석중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158석에 불과하다. 때문에 제2당인 정도당과 연합, 과반수에 단 3석 우위로 아슬아슬한 집권연정을 유지해왔다. 더욱이 회교정당인 복지당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화체체를 지향하는 세속정당들로부터 고립된 형국이었다. 그만큼 에르바칸의 위상도 위축돼 있었다.

연정세력인 정도당도 에르바칸의 회교 복귀노선에 불만을 표출해왔으며 심지어 술레이먼 데미렐 대통령까지 총리에게 지난달 27일 경고 서한을 보낼 정도였다.

최근 40년간 3차례 쿠데타를 감행했던 군부가 사면초가에 몰린 에르바칸을 손본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회교도 국민들의 반응이다. 결의안이 시행될 경우 회교도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예상되는 탓이다.

따라서 군부의 강압적인 결의안 통과는 터키 정국을 혼미로 이끄는 거대한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상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