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의 삶과 죽음 45분/담담한 화면 묵직한 교훈때로는 말 못하는 짐승이 인간에게, 그리고 죽음이 삶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다. 6일 방영된 KBS1 「충격리포트 수달사망보고서」(연출 신동만)는 그 숨겨진 메시지를 충실하게 전했다.
「사망보고서」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제작진의 카메라는 지난해 9월 16일 거제도 한 양식장에서 발견된 두마리 수달의 죽음으로 시작, 수달의 서식지로 추정되는 거제 앞바다와 섬진강 유역을 누볐다.
단 45분에 불과한 「보고서」는 여느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야생동물의 신기한 생태를 보여주는 근사한 화면도, 백과사전식의 내레이션도 없다. 다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수달의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천연기념물 330호. 웬만하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야행성 동물. 일본에서는 무분별한 해안개발로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수달.
제작진은 의문을 던졌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을까? 사라진 이유는? 만약 생존하고 있다면, 앞으로 보호방안은?
배설물, 발자국 등 수달이 남겨놓은 아스라한 흔적들을 열쇠로 3개월의 잠복근무 끝에 카메라가 잡아낸 수달 7마리는 「죽음의 벼랑 끝에서도 삶은 이어진다」라는 교훈을 생각하게 해준다.
끝없이 이어지는 개발바람과 불쑥불쑥 다가오는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나 수달은 우리 땅에서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또다시 의문을 던진다. 이들은 이 땅에서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충격리포트 수달사망보고서」가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은 방송 사상 최초로 잡아낸 야생 수달 화면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새삼스러운 메시지를 담은 작지만 묵직한 목소리였다.
결국 덫에 걸려 죽어버린 수달은 다름아닌 우리 인간이었고, 제작진이 찾아나선 것은 살아있는 수달이 아니라 죽음에 맞선 삶이었다.
자연 다큐멘터리 PD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야생 수달을 발견하고도 욕심부리지 않고 10여일의 촬영만 마치고 수달의 보금자리를 떠나온 제작진의 행적에서도 겸손함을 읽을 수 있었다.
한가지. KBS가 「녹색보고 나의 살던 고향은」이라는 프로그램 원래 제목을 버리고 「충격리포트…」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방영한 것은 흠이 아닐까?<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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