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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전시장의 경고문/박희자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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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전시장의 경고문/박희자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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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세계적 원단전시회인 프르미에르 비죵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유럽의 소재업체들이 신제품 원단 샘플을 전시해 주문을 받는 전시회다. 미리 상품을 기획해야 하는 의류업체와 소재업체들에게는 앞으로의 유행 흐름을 알고 상품 기획의 방향을 잡는데 매우 중요한 행사다. 이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이데아 코모, 모다 밀라노 등의 원단 및 기성복 신상품 견본시가 열린다.때문에 매년 이맘때면 국내에서 의류업계의 디자이너나 기획 담당들과 통화하기가 힘들다. 대부분 담당자들이 파리나 밀라노로 출장을 떠나고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는 연수를 겸해 100여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출장을 가기도 해 「한국의 패션계가 잠시 파리와 밀라노로 옮겼다」는 표현도 나온다. 평소 바빠서 국내서는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나게 될 정도다.

국내 패션업계 사람들이 국제적인 행사에 대거 몰리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부터. 그런데 한국인들의 국제 전시회 참관이 급증하면서 낯 뜨거운 진풍경이 등장했다. 전시장 곳곳에 붙어있는 한국어 경고문이 그것이다.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붙은 이 경고문은 「전시장내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부터 「깨끗하게 사용해 주십시요」 「이것은 전시품이니 만지지 마시오」 등 기초적인 공중도덕과 매너에 관한 내용들이다. 「경고문」에는 불어나 이탈리아어 영어 일어로 쓰여진 것이 거의 없다. 한국어 뿐이다. 이런 경고를 받을 짓을 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이야기다.

카메라를 숨겨와 사진을 찍다가 관계자와 경비원들로부터 제재를 받는 일은 허다하고 주문을 많이 할테니 전시 샘플을 달라고 억지를 쓰거나 샘플을 몰래 뜯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한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전시된 샘플을 몰래 가방에 넣어가다 잡힌 한국인이 있어 큰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런 망신은 다른 전시회에서도 속출한다. 주문을 잔뜩 해놓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불성실한 상담도 잦다. 수단과 체면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최고라는 가치관의 허점이 세계에 공개되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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