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4자회담을 제의한지 근 1년여만에 이뤄진 설명회에서 북한이 본 회담의 참석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북측이 「연구 검토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긴 것은 예상했던 대로다. 이 정도의 반응을 놓고 장차 4자회담을 낙관하는 것은 성급하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설명회의 성사를 두고 남북대화 재개의 전기운운하며 흥분해서는 안된다.이번 설명회는 한미 양국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 확립을 위한 4자회담의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로서 남북한은 평화구축에 관해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남한은 새 평화체제는 남북한 당사자간의 협상으로 해야하고 새 체제때까지 현 정전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북한은 남북간에는 기본합의서에 불침선언을 규정했기 때문에 평화협정 체결은 북·미가 당사자가 돼야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날 북한이 4자회담에 참여할 경우 평화체제합의전이라도 경제협력과 지원 등을 제기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평화의 자리로 끌어낸다는 차원에서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무튼 남북한 당국자들이 1년9개월만에 처음대좌한 설명회에서 북한이 한미 양국의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끝난뒤 어떠한 평화관련제의도 들을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저들이 설명회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극심한 경제난, 식량난속에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더 많이 얻고 미국·일본 등과 관계개선을 위한 일련의 제스처로 풀이된다.
여기서 정부는 북한의 「적극적인 경청자세」를 곧 4자회담 성사와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라고 과잉기대해서는 안된다. 분명한 것은 저들의 대남기본자세, 즉 적화통일 전략과 남한배제원칙은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진짜 관심은 오늘 열리는 미국과의 준고위급 회담에 있다. 설명회 참석으로 미국의 북한 끌어안기에 명분을 준 뒤 미사일·유해발굴협상 등을 빌미로 더 무역제재완화와 경제지원을 얻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알아야 할 것은 한국을 배제하고는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경제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4자회담을 즉각 수용하여 남한의 당국과 국민이 북한지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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