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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슈베르트를 찾자(음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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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슈베르트를 찾자(음악노트)

입력
1997.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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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와 그의 명곡 연주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소박하고 따뜻한 서민적 감성을 획득한 작곡가이다. 이런 특징은 마치 친근한 이야기를 듣듯 자연스런 멜로디에 나타난다. 그의 음악은 결코 화려하거나 기교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 당대의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와 비교하면 흥미롭다. 로시니의 경우 고작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몇개 멜로디를 제외하고 잊혀졌지만 슈베르트의 수많은 가곡은 들꽃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향기를 잃지않고 있다. 그것은 기교나 장식성의 화려함이 아닌 민요속에 내재된 에너지를 예술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슈베르트의 음악이 다른 음악보다 훨씬 밀착된 정서를 느끼게 하는 원인이다.그는 14남매 중 13번째로 태어났다. 요람에서 죽음까지 가난이 동행했지만 돈에 관한한 철부지 아이처럼 무관심했다. 돈이 생기면 선술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타고난 보헤미안 기질의 소유자였다. 병역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교사가 된 적도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지않았고 조직적인 일에 어울리지 못했다. 그는 타고난 겁쟁이였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의 음악이 외향적이지 않은 것은 이러한 심성에 기인한다.

명곡이 된 「겨울나그네」도 당시엔 형편없이 싼 원고료를 받아야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 가진 것은 겨우 12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황금보다 귀한 악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사회는 이 천재를 구원하지 못했다. 그에게는 변변한 휴식의 여행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그 어떤 음악에서 보다 맑고 심원한 저수지에서 흘러나오듯 풍부하게 가슴에 전달된다. 베토벤의 제자 신틀러는 세상 떠나기 얼마 전의 베토벤에게 슈베르트의 가곡 60곡 정도를 보여줬다. 베토벤은 『진실로 슈베르트는 훌륭한 불꽃을 가지고 있다』고 반복해 말했다고 한다.

슈베르트가 우리 곁에 있는 것은 그 음악의 아름다움과 오로지 예술만을 위해 영혼을 바친 창작정신 때문이다. 우리의 많은 작곡가들이 어려운 가운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창작에 무관심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슈베르트를 기념하는 것은 우리의 슈베르트를 발견하고 지원해 명작의 영원성을 사회에 알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우리의 슈베르트를 찾자.<탁계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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