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치결정 부당성’ 자료/2시간만에 언론공개 이례적/‘24시간 심사체계’ 압력용 분석속/법원선 “수사의무 포기행위”「영장실질심사제」를 둘러싸고 내연하던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5일 검찰이 판사의 피의자 유치결정을 정면으로 거부함에 따라 피의자가 수시간동안 방치된 사건이 일어나자 법조계에서는 이를 검찰과 법원의 힘겨루기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검찰의 피의자 신병인수 거부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신병인수 거부 2시간여만인 하오 3시께 이례적으로 사건 관련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는 신속함마저 보였다. 「판사의 구인피의자에 대한 유치결정 관련 검토」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자료는 유치결정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일본의 사례까지 예시하고 있다. 검찰이 「작심하고」 나섰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검찰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영장실질심사후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의 공백기에 피의자 신병인수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구인된 피의자를 경찰서 유치장이나 검찰청에 대기시키다 영장이 발부되면 구치소에 수감해왔다. 그런데 검찰이 이같은 관행은 「불법구금」이라고 제동을 건 것이다. 검찰은 『사법경찰관의 구인영장 집행은 피의자를 판사앞에 데려가면 끝나는 것』이라며 『구인후 피의자 유치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는 현행법상 별도의 구금을 위한 구속영장없이 판사의 유치결정만으로 피의자를 유치장에 보호하는 것은 불법구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의 입장은 다르다. 명문규정이 없는 점은 인정하지만 48시간의 유치효력이 있는 체포와 마찬가지로 구인의 경우도 24시간동안 유치가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체포라는 말에 유치의 개념이 들어있는 것처럼 구인에도 유치개념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법 판사들은 『판사가 결정한 피의자 유치를 검찰이 거부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인 법집행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문제제기가 궁극적으로 법원이 「24시간 심사체계」를 갖추도록 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리 사건기록을 검토, 심사 즉시 구속여부를 결정하라는 「대법원 압력용」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선제공격에 나섰지만 법원은 갈등이 증폭될 것을 우려, 공식 대응은 일절 삼가고 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송무국은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숙의하느라 분주했다. 회의에서는 ▲피의자 유치에 관한 기존의 예규를 대법원 규칙으로 정해 강제력을 부여하고 ▲체포피의자를 우선 심문해 말썽의 소지를 없애며 ▲사건기록을 미리 숙지, 심사 즉시 구속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영장전담 판사들의 출근시간을 앞당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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