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 일행의 한국망명이 3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타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우리는 적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그간 우리는 황비서일행의 망명사건에 대한 잦은 언급이 행여 불필요한 정치문제로 비화돼 본의 아니게 사건처리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가급적 사안자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온게 사실이다.
우리는 남북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중국이 가급적 이 문제를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던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이같은 우리의 충정에 중국이 화답해 주리라 믿었다. 우리의 기대란 두말할 필요없이 황비서 일행의 무사한 한국행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사정은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그간에는 덩샤오핑(등소평)의 사망으로 한·중간의 일시적인 협의중단 등 불가피한 사유도 있었다.
거듭 밝히지만 박해를 피해 망명을 희망한 정치적 난민은 보복이 분명한 곳으로 강제송환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황비서일행의 망명희망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이상 중국은 이를 즉각 허용하면 되는 것이다. 인권문제차원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괜히 이쪽 저쪽 눈치살피다가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미 중국은 명확한 황일행의 망명의사를 확인한바 있다. 북한도 지난달 17일 그들 외교부 성명을 통해 「변절자는 갈 테면 가라」고 입장을 밝힌바 있다.
따라서 외견상으로는 황비서일행의 한국행은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비록 신병이 중국땅이라고는 하나 우리의 배타적인 주권이 미치는 총영사관에 있고 북한이 사실상 망명을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타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사이 확인이 안되는 무수한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 항간엔 황비서 망명을 싸고 남북한간의 비밀협상설까지 나돌고 있다. 만의 하나 이같은 비밀흥정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망명문제를 흥정거리로 삼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황비서일행은 정치적 난민이란 점이 신병처리에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적 난민의 인권을 놓고 마치 흥정하는 듯한 태도는 반인륜적인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의 가입당사국이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중국이 그런 몰염치한 일을 하리라고는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제3국경유를 한때 양해한 것처럼 보였던 것은 이른 시일내에 한국행을 실현시키기 위해서였다. 사건발생 3주일이 지난 지금 제3국경유는 더 이상 명분을 갖지 못한다. 중국은 황비서일행의 한국행에 더이상 지체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 길만이 대국에 걸맞는 행동이며 중국이 국제관행을 준수하는 문명국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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