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팀 유임 안정성 역점/정치인·PK 줄여 시비 최소화/구시대 인물 적잖아 “수구내각 평가도5일 출범한 고건 내각은 사실상 조각 차원의 새 진용이라 할 수 있다. 이날 단행된 개각은 외형상 10명의 장관급 교체로 중폭개각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신임총리에 이어 경제부총리와 내무·법무·통산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이 새로 등용됨으로써 내용적으로는 대폭개각이 되었다.
고건 내각의 성격은 일단 안정·실무형으로 규정할 수 있다. 고총리를 포함한 상당수 각료들이 각 정권을 두루 거치며 충분한 행정경험을 쌓은 인물들이다. 특히 강경식 경제부총리, 강운태 내무장관, 임창렬 통산장관 등 이날 새로 발탁된 장관들도 대부분 전문관료 출신이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청와대가 신한국당의원인 강부총리를 굳이 재무장관을 지낸 관료출신이라 분류하는 것도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새 내각의 특징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 비서실 개편과 고건 총리 임명을 통해 1년도 남지않은 재임기간을 위한 인사방향이 안정으로 방향을 잡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새 인물로 승부수를 띄우거나, 정치인 발탁등 선심인사를 하기엔 국정상황이 너무 불안정하고 시간이 짧다는 점을 깊게 인식했을 것이다.
장관급 10명을 교체하면서 그동안 김대통령이 즐겨 기용했던 교수 출신 장관이 권숙일 과기처장관 한명 밖에 되지 않거나, 전문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정치인이 한명도 발탁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라 관측된다. 또 권오기 통일부총리와 권영해 안기부장 등 외교 안보 관련 장관들이 모두 유임된 것도 시대상황을 고려한 안정지향의 인사결과라 할 수 있다.
고건 내각은 지역편중 시비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부산·경남 출신을 거의 배제했다. 이날 서정화 내무장관, 안우만 법무장관이 교체되는 바람에 고건 내각의 부산·경남 출신은 이환균 건교장관, 신상우 해양장관 등 2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비해 대구·경북과 서울 출신은 각각 5명이며 전남 4명, 전북 4명으로 호남 출신이 8명에 이른다. 김대통령 차남 현철씨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오정소 보훈처장이 내각에서 빠진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고건 내각은 현 정부가 그렇게도 강조했던 「문민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구내각으로 불릴만 하다는 것이다. 3공에서 6공까지 주요 관직을 섭렵했던 고총리는 물론 5공때 전두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강부총리 등 「구시대 인물」들이 적지않다. 안정만을 지나치게 내세운 나머지 참신한 인물로 국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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