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흥미있는 외신이 들어왔다. 80년이후 장기 집권하고 있는 77세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4번째 임기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그는 나이를 의식해 「주치의로부터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통보가 온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건강진단서는 나이를 감안한 여론 의식용에 지나지 않았으며 결국 5일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연임 도전의 뜻을 확인했다.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그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사퇴를 공언했고 이는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이와함께 국제스포츠계의 실력자들은 「포스트 사마란치」를 겨냥해 9월 로잔총회의 위원장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혀왔다. 여기에는 IOC부위원장을 역임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도 포함돼 있고 또 당선 가능성도 있어 사마란치의 진퇴여부는 우리의 관심을 더욱 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마란치 위원장은 적들의 의표를 찌르듯이 연임도전을 선언했다. 그러면 그동안의 사퇴발언은 대권에 뜻을 둔 잠재적 경쟁자들을 색출하려는 연막작전이었나. 사마란치의 발언이후 대권주자들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에게 대항하는 것은 외신이 밝혔듯이 「정치적인 자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IOC내에서 사마란치는 절대영주며 영원한 대부다. 95년 부다페스트 IOC총회에서 사마란치는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해 6월17일 열린 총회는 IOC위원의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부결시켰다.
이 안은 올해 위원장 선거때 77세에 이르고 4번째 연임을 염두에 둔 사마란치의 주도로 나왔던 것. 그러나 총회 참가자 88명 가운데 57명만이 찬성, 헌장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의 찬성에 2표가 모자랐다. 분노한 사마란치는 이틀후 총회에 규정과 절차, 관례를 모두 무시하고 이 안을 다시 긴급안건으로 상정, 이번에는 86명 가운데 74명의 찬성을 얻어 통과시켰다. 첫날 총회에서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했으나 이틀후 거수로 공개투표한 결과였다. IOC위원들이 그의 절대권력앞에 무릎을 꿇고 IOC의 도덕성이 장지로 향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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