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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도쿄(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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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도쿄(지평선)

입력
1997.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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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도쿄(동경) 근무때 집으로 초대한 일본인 친구에게서 아파트가 너무 호화로운 것같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 거리에 있어 교통은 편했으나 거실과 식당이 좁아 간이소파와 조립식 식탁으로 사는 형편인데 호화롭다니 무슨 말인가 했다. 그러나 그의 집에 가본 기억이 떠올라 금세 부끄러워졌다.그는 전철로 1시간이상 걸리는 수도권 소도시에 살면서도 여유있는 주거공간을 갖지 못했다. 국민소득이 3분의 1도 못되는 나라의 월급쟁이가 중심지 가까이서 그만한 아파트에 사는 것이 사치로 보였을 것이다. 업무상 친교를 맺은 일본인 가운데 도쿄 시내에 사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일본의 샐러리맨들은 그렇게 멀고 옹색하기만 한 자기들의 집을 토끼장이라는 뜻의 우사기고야(토소옥)라 부르며 불편을 참고 산다.

며칠 전 국토개발연구원이 내놓은 한일 두 나라 토지이용 비교분석보고서를 보고 놀랐다. 93년 현재 주택 한채당 면적은 서울이 28.7평, 도쿄는 18.3평이었다. 수도권의 경우도 우리가 24% 정도 넓었다. 반대로 인구 1인당 주택면적은 우리가 4평 정도인데 비해 일본은 8평에 가까웠다. 이는 일본이 작은 주택을 많이 지어 보급률 확대에 치중해 온 반면, 우리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큰 집만을 선호한 결과다. 주택보급률은 93년 서울이 68%인데 비해 도쿄는 111%였다.

얼마 전 우리나라 전인구의 48.5%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뒤따라 서울과 수도권에 여러 개의 미니 신도시를 만든다는 보도가 있었다. 말이 미니신도시지 몇십만평의 땅에 빼곡하게 고층아파트가 들어찰 도시가 여러 개 생긴다니 수도권인구가 또 얼마나 늘 것인가. 주택수요는 끝 없이 늘어나고 공급은 달리니 신도시 짓는 일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택 면적정책은 재고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인구밀도와 수도권 과밀도가 우리보다 낮은 일본도 어깨를 맞대고 살다시피 하는데 넓은 집만 추구하는 것이 온당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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