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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또 하나의 선택(한국의 30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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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또 하나의 선택(한국의 30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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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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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삶 찾아 ‘기회의 땅’으로/고학력 직장인들 삶의 질·자녀교육 위해 결단/‘평범’ 벗어날 도전의 장 “그곳에 가고 싶다”3년전 국내 유수의 증권회사 대리 1명이 이민알선·대행기관인 J이주공사를 찾아왔다. 당시는 뉴질랜드이민이 막바지 피크를 이루던 시절. 그는 뉴질랜드로 이민가는 문제에 대해 이것저것 상담한 뒤 『또 들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날. 이 대리는 입사동기생 4명과 함께 나타나 5명 전부 뉴질랜드이민을 신청했다. 나이 37, 38세이던 5명은 95년 「새로운 삶」을 찾아 모두 뉴질랜드로 떠났다. 이들이 한꺼번에 사표를 내던 날 회사가 발칵 뒤집혀진 것은 물론이다.

30대는 왜 이민을 가는가. 물론 인구비율로 보면 이민은 대세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땅을 떠나간 이민자수는 모두 1만2,949명. 이중 30%가량이 30대가장과 그들의 가족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내와 자녀 2명을 제외한다면 순수한 30대는 1,000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년 이 땅을 떠나는 30대 1,000여명이 결코 적다고만은 할 수 없다. 30대들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이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30대가 이민가는 이유는 40대나 50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30대는 그들보다 더 젊기 때문에 이민을 또 하나의 기회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30대 샐러리맨들이 비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대열에 합류하는 것처럼 이민 또한 「평범한 삶」을 갱신할 수 있는 「괜찮은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민은 도피가 아니라 도전이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민은 경제적인 목적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잘 살아보기 위해」 이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90년대 이민희망자들의 모토는 「보다 나은 삶의 질」과 「자녀들의 교육환경」으로 변했다.

제일해외이주공사의 정진호(36) 실장은 『30대 이민은 경제적인 중산층보다 정신적인 중산층이 주류를 이룬다』며 『고학력 직장인들이 보다 나은 자녀교육환경과 생활환경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자녀 교육비를 버느라 개미처럼 일하다보면 벌써 50대, 그 때는 이미 「나를 위한 삶」은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으로 취업이민을 떠난 유통업체 H사의 김모(39)씨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부장이었다. 그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졸업후 유학을 보낼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았다. 물려받은 재산이 별로 없고 월급으로 대학공부시키기 빠듯한 형편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미국행이었다. 이민대행업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민희망국가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영주권을 취득하면 고교졸업때까지 모두 무상교육이며 대학교육비도 훨씬 적게 든다. 생소한 문화, 이질적 환경, 언어문제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기업 해외지사 등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가 이민을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5일제 근무와 정해진 출퇴근시간, 좋은 자연환경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귀국후 맞닥뜨리는 경쟁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갈등하기 일쑤다. 이민알선업체의 한 직원은 『국내 S재벌의 경우 전 계열사직원 1, 2명쯤은 내 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해외근무자들의 이민열기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고 말했다.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등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실업의 한파도 이민분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들어 국내 10여곳의 이민알선·대행업체는 거의 매일같이 미국과 캐나다 이민설명회를 개최하는데 한 회 평균 100∼200명이 몰린다. 주요 일간지에는 이민관련 광고가 빠지는 날이 거의 없다. 현대이주공사의 캐나다 이민 담당자 윤석현(39)씨는 『이민업계의 광고공세는 요즘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며 『2월 중순 캐나다이민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지난해에 비해 참석자가 20∼30%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민은 가고 싶다고 전부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국가의 정책이 이민자의 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90년대 초에는 뉴질랜드 호주이민이 봇물을 이뤘지만 95년 이후 이들 국가에서 영어시험성적을 요구하는 등 조건을 강화, 지금은 수가 크게 줄었다.

그렇지 않다해도 30대의 이민은 제한적이다. 웬만큼 재산이 있는 40대이후 세대는 일반(취업)이민은 물론 재산규모를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는 투자이민도 선택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30대는 일반이민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국이주공사의 김화열(49) 실장은 『30대의 경우 주로 캐나다 이민을 많이 신청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 등 이공계 전공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국가의 정책이 돈 또는 능력, 둘중 하나를 요구하는 것과 맞물린 결과다. 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2,000여명을 캐나다로 이민보냈다는 김실장은 『언어장벽 때문에 이들이 현지에서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대부분 자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김실장은 『대부분이 현지사정을 훤히 알고 이민을 가는 경우여서 그런 문제로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며 『이민희망자들은 비현실적인 환상보다는 삶의 목적을 분명히 정립한 뒤 이민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김상우 기자>

◎이민의 종류와 자격/일반이민 학력·언어능력 요구/투자이민은 일정액 재산 필요

이민의 종류는 국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크게 일반(또는 독립·취업)이민과 투자이민으로 구별된다. 투자이민은 일정규모 이상의 재산이나 사업경력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30대에게는 다소 부담스럽다. 이에 비해 일반이민은 학력과 경력, 언어능력 등이 주요 평가기준이어서 30대가 선호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얘기다. 주요 이민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이다.

◇캐나다=투자이민으로 사업이민과 순수투자이민, 일반이민으로 자영이민 독립이민이 있다. 사업이민은 기업체 부장급이상 간부나 사업체 경영자로 최소 2억원이상의 재산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이민정착 후 2년내 사업을 시작해야하며 현지인 한 사람이상을 고용해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순수투자이민은 소유자산 500만 캐나다달러(약 3억원)에 5년간 250만∼350만달러를 투자할 수 있으면 된다. 예술인 체육인 작가 등이 대상인 자영이민은 캐나다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 이민자가 거의 없다. 독립이민은 재산과 관계없이 고급기술소유자로 젊고 외국어(영어·불어)구사능력이 있으면 된다. 학력(대졸이상) 경력(사업체근무기간) 어학실력이 주요 평가기준. 요즘 30대가 가장 많이 몰린다.

◇미국=투자이민과 취업이민이 주종. 투자이민에는 재산규모 50만달러(약 4억3,000만원) 또는 100만달러(약 8억5,000만∼8억6,000만원)를 증명해야하는 두가지가 있다. 「50만달러」는 투자지가 인구 2만이하 17개 지역으로 한정돼 있고 「100만달러」는 어디든 무관하다. 투자이민과 비슷한 「E―2비자」도 있다. 현지서 사업을 하는 조건이며 2명이상 현지고용인을 채용하는 사업체를 경영하면 2년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취업이민은 현지 기업체서 고용한다는 초청장이 있어야하는데 통상 2년이상 기다려야 한다. 미국은 이민역사가 오래돼 동포들이 가족을 초청하는 경우도 많다.

◇호주=개정이민법시행으로 투자이민·일반이민 모두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순수한 의미의 투자이민은 폐지됐고 재산정도에 나이, 언어능력, 경력 등을 평가하는 사업이민이 시행되고 있다. 독립이민은 나이 언어능력 고용가능성 등 3개 항목이 주요 평가대상이나 35세이상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며 영국문화원서 주관하는 영어능력테스트인 IELTS를 통과해야하므로 매우 까다롭다.<김상우 기자>

◎이민자수/87년이후 감소세/미 줄고 가 늘어

우리나라의 이민자 수는 87년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이민자수는 1만2,949명으로 10년전 3만4,798명의 37.2%에 불과하다. 국가별로는 미국으로의 이민이 숫적으로 가장 많지만 10년전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다. 87년 미국 이민자는 2만6,282명으로 그 해 이민자의 75.5%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전체의 55.8%인 7,277명에 그쳤다. 반면 캐나다는 87년 2,091명으로 전체의 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3.7%(3,073명)로 늘어났다. 캐나다의 이민문호가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이다. 반이민자 분위기가 거센 유럽지역은 지난해 이민자가 1명도 없었다. 이민법이 강화된 호주는 87년 1,556명이던 이민자수가 지난해 519명으로 격감했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경우 일반이민이 시행(91년)되기 전인 87년에 14명밖에 되지않던 이민자수가 지난해에는 2,045명이나 됐다.<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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