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경찰배치로 임명 기정사실화고건 신임총리의 임명과정은 사실상 반공개적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이름이 사전에 흘러나온 과정, 총리발탁을 감지케했던 여러 정황 등이 종전의 총리경질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고총리는 한보사태로 인해 개각가능성이 점쳐지면서부터 김만제 포철 회장, 이한동 신한국당고문 등과 함께 새 재상후보로 거론됐다.
특히 김회장은 한때 청와대면담설이 퍼지면서 강력한 신임총리후보로 부상했었으나 포철회장 연임문제가 면담 목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와중에서 지난달 말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가 고총리의 청와대면담사실을 언론에 흘리면서부터 사실상 그가 새 총리후보로 유력시됐다. 언론은 이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김영삼 대통령이 고씨에게 총리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 반승낙을 얻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고총리의 발탁배경에 대해서는 김대통령 자신이 일찍부터 그를 중용할 생각이었다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이와관련, 김대통령은 이번 인선과정에서 민정수석실에 직접 고총리의 인선자료제출을 지시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4·11총선전에도 고총리에게 직접 신한국당 전국구영입을 제의했으나 그가 고사해 무산됐다고 한다.
이와함께 고총리의 부친(고형곤 전 전북대 총장)이 김대통령의 대학(서울대 철학과) 은사라는 사연도 고려된 듯 하다.
일부에서는 김대통령과 고총리가 모두 기독교신자라는 점에서 교계의 추천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언론보도가 나간 뒤부터 청와대와 고총리주변에서는 고총리의 발탁을 짐작케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고총리의 청와대 면담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고총리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면서 야당 등 여론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고총리의 신변에서도 변화의 기미가 감지됐다. 언론보도가 나간뒤 일체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자택문도 굳게 닫아 「보안유지」에 들어간 듯한 인상을 줬다.
언론과의 접촉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평소 그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여기에 3일 밤부터 고총리의 동숭동자택 주변에 경찰경호병력이 배치됨으로써 고건 내각 출범은 기정사실이 됐다.<신효섭 기자>신효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