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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부 가르침이 재상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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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부 가르침이 재상 만들었다

입력
199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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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받지 말라,치우치지 말라,과음하지 말라/고건 총리 부친 고형곤옹 「3금」 화제/아들 고비때마다 큰 버팀목 역할「흐트러짐 없는 행정의 달인」. 고건 총리에 대한 평판은 엄부의 각별한 가르침의 소산이었다. 전날 총리내정 통보를 받고 3일 하오에 찾아와 『앞으로는 자주 찾아뵙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아들에게 고형곤(92·전 전북대 총장)옹은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안정』이라며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고총리의 어머니 장정자(83)씨는 『아들이 고등고시 행정과(13회)에 합격, 처음 관료로 나설 때 남편은 공직생활에서 지켜야 할 3가지 원칙을 간절히 당부했다』고 회상했다. ▲남의 돈을 받지 말라 ▲누구의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지 말라 ▲술 잘 먹는다는 소리를 듣지 말라는 이 3금 원칙은 고총리가 최연소 도백과 3개 부처 장관, 국회의원, 서울시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학총장을 거치는 동안 삶의 지표가 됐다. 모든 공직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이 가르침 덕분에 고총리는 남달리 화려한 공직생활동안 추문에 휘말린 적이 없었다.

10년지기인 이웃사촌 이세중 변호사도 『고총리는 늘 아버지로부터 받은 교육을 자랑스러워 했다』며 『특히 「술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버님과의 약속을 지켜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주불사의 애주가이지만 취해서 잘못 행동하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는 것이 그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의 말이다.

아버지 고옹은 아들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든든한 조언자이자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87년 6월항쟁 당시 내무장관이던 아들이 강경대응론자들로부터 몰릴 때 『소신을 갖고 일하라』고 격려했고, 90년 청와대의 수서택지 특혜공급 압력을 거부,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났을 때도 『네가 잘못한 게 없으니 때를 기다리며 인내하라』고 조언했다.

47년부터 12년간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역임, 김영삼 대통령의 스승이기도 한 원로철학자 고옹은 이후 전북대 총장, 6대 의원을 지내 아들과 함께 「부자총장」 「부자의원」의 진기록도 갖고 있다. 망백을 넘긴 요즘에도 매일 하오 4시30분부터 2시간동안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아파트 뒷산 약수터 바위에 올라 참선하고 지난해 11월 펴낸 「선의 세계」 증보판을 준비하고 있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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