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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따라 봄과의 데이트/일찍온 화신…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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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따라 봄과의 데이트/일찍온 화신…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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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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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평년보다 봄꽃을 더 빨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달 15일 제주 서귀포에서 개나리가 첫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라는 화신이다.봄은 역시 꽃이다. 꽃만큼 봄을 봄답게 하는 것이 있을까? 산과 들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개나리, 진달래, 벚꽃에서부터 산수유, 유채꽃, 이름없는 들꽃에 이르기까지.

초봄에 피어나는 꽃들은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낸 강인함이 있기에 더욱 반갑다. 새로운 시작이다. 잔뜩 웅크렸던 어깨를 펴고 꽃여행을 떠나자. 올 봄의 꽃놀이를 설계해보자.

◆산수유

이른 봄 추위가 채 가시기 전, 매화와 함께 첫 꽃소식을 전하는 산수유꽃. 3월말부터 4월초 잎이 나오기 전에 노란색 꽃이 가지 끝에 무리지어 피어난다. 꽃은 물론이고 향기도 그윽해 관상수로 많이 심어왔다. 산수유 나무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또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가지마다 빨갛게 열린 열매는 단풍과 함께 가을의 서정을 전한다. 열매의 씨를 빼내 햇볕에 말린 것을 「산수유」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식은 땀을 흘리거나 야뇨증이 있을 때 먹으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는 도림사 대나무 숲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려 왕이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산수유를 대신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산수유 나무는 공해가 심한 도시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도심에서도 그 정취를 즐길 수 있다.

○2만여그루 숲 장관

▷산동마을◁

남원에서 구례로 가는 길 중간쯤에 있는 경남 구례군 산동면 원촌리. 지리산 북쪽 자락, 만복대와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계곡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산동마을」은 유난히 산수유 나무가 많아 「산수유 마을」로 통한다. 산동마을에는 100년도 넘는 산수유 나무들이 2만여 그루나 있다. 4월이면 집집마다 돌담 너머로 고개를 내민 산수유 노란꽃이 흥겨운 남도가락에 실려 봄소식을 전한다. 「산동 큰애기가 입맞춘 산수유/ 그 열매 달여먹은 떠꺼머리 숫총각/ 오줌발이 듣는다」.

산수유 꽃잔치는 구례로 계속 이어져 화엄사 입구 황전리 민박마을에 이르러 다시 한번 마을 전체가 노란 꽃 잔치를 벌인다. 이른 봄 지리산 나들이에 놓쳐서는 안될 장관이다. 산동마을 근처에는 게르마늄 광천수가 솟는 온천(지리산 온천 지구)도 있다. 산동마을은 서울과 중부 이남에서는 남원을 거쳐 들어가며, 남해고속도로와 이어지는 영호남에서는 하동에서 구례로 거슬러 오르면 된다. 서울에서는 호남고속도로 전주IC―임실―남원으로 들어가면 된다.

◆진달래

산간 양지 바른 땅에 피어나는 수줍은 봄색시. 초봄 우리 산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진달래는 두견새가 밤새워 토한 피가 꽃으로 피어났다고 해서 두견화라고도 한다. 진달래 꽃잎은 약간 신맛이 나는데 예로부터 각종 음식에 진달래꽃을 넣어 맛을 내는 풍습이 있었다. 옛 기록에 따르면 3월3일에 진달래꽃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꽃을 따서 기름을 짜거나 화전을 부치기도 하고 나물로 무쳐먹기도 했다. 꽃으로 술을 담그기도 했는데 담근 지 100일이 지나야 맛이 난다고 해서 「백일주」라고 한다. 백일주는 한번에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먹어야 몸에 좋다.

○굽이굽이 능선 ‘꽃의 나라’

▷화왕산◁

진달래 꽃무리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 경남 창녕군 창녕읍과 고암면의 경계에 있는 화왕산은 해발 757m로 산세가 험하지 않고 완만한 능선을 이루고 있어 초보자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 4월 초순이 되면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로 온 산에 불이 붙는다. 가을의 화왕산은 산정 주변에 초원처럼 펼쳐진 억새풀밭으로도 유명하다. 창녕읍―도성암―산정―화왕산성―옥천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다. 도성암 일대의 지하골 계곡은 푸른 대나무와 소나무 숲이 맑은 물과 어우러져 경치가 뛰어나다. 계곡을 오르다 보면 화왕산성(사적 제64호)을 만나게 되는데 산성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도 좋다. 산정을 지나 산허리로 돌아가는 길은 아늑한 오솔길로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창녕읍내는 숙박시설과 식당이 많아 숙식에 별 어려움은 없으며 주변에 부곡온천도 있다. 동대구까지 고속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수 있으며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창녕행 직행버스를 타면 된다.

◆벚꽃

4월 초순 남쪽 지방에서부터 피기 시작해 북상하여 경기, 서울 지방에서는 4월 중하순께 핀다. 강원도 산간 지방에서는 5월 하순까지 기다려야 한다. 벚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6∼7월에 익는 열매는 버찌라고 하여 날로 먹거나 술을 빚어 먹는다. 벚꽃은 한꺼번에 활짝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는 것이 특징. 이러한 특징을 일본인들은 「사쿠라 정신」이라고 해서 단결과 희생의 표본으로 삼았다. 흔히 벚나무의 원산지를 일본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남해안과 제주도 등지에서 벚나무의 자생지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학계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우리나라 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인지 일본인들의 주장대로 일본에서 잡종으로 교배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림같은 벚꽃터널 10리

▷지리산 쌍계사◁

쌍계사의 봄은 벚꽃 꽃망울이 터지며 찾아온다. 화개장터의 고장 탑리에서부터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여리 길은 벚꽃풍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벚꽃터널」. 벚꽃이 피는 4월 초순 때맞춰 화개장터에서는 「화개장터 벚꽃축제」(하동군청 관광진흥계, 0595―80―2544)가 5일간 열린다.

쌍계사 경내에는 석문, 팔영루, 진감선사탑비, 사천왕수, 금당 등의 유적이 남아있으며 입구에는 유황 성분의 독특한 맛이 나는 화개약수터가 있다. 쌍계사에서 산을 조금 오르면 60m의 거대한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불일폭포가 있다.

○내달 5일부터 ‘꽃잔치’ 개막

▷진해 군항제◁

진해 군항제를 빼놓고 벚꽃놀이를 말할 수는 없다. 해마다 4월이 되면 진해 시내는 7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내뿜는 어지러운 꽃향기에 푹 잠긴다. 이때 열흘간 「진해 군항제」(이충무공 호국정신 선양회, 0553―546―4310)가 열린다. 올해는 4월5∼14일께 예정. 진해에서 벚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은 제황산 공원의 벚꽃동산과 해군 통제부 일원. 장복터널에서 여좌동까지 국도변 양편에 죽 늘어선 벚나무 3,000여 그루도 볼 만하다. 진해행 고속버스나 철도청에서 운행하는 「벚꽃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벚꽃열차」 문의는 가까운 역이나 여행사로 하면 된다.

◆유채꽃

이른 봄 노랗게 피는 유채꽃은 제주의 명물. 유난히 파란 제주의 하늘 아래 노란 유채꽃 빛깔이 더욱 선명하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유채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69%를 차지할 정도. 씨에 기름이 들어있어 연료, 요리 재료, 윤활유로 이용되고 있다. 언제부터 심기 시작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중국 명나라 시대에 어린잎과 줄기를 먹기위한 채소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 바람타고 유채꽃 ‘군무’

▷제주 성산 일출봉◁

유채꽃은 3월 하순에서 4월초까지 성산 일출봉과 산방산 일대를 뒤덮는다. 초원처럼 펼쳐진 유채밭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신랑 신부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 4월 말이면 유채꽃이 줄지어 핀 용담 해안도로변에서 「해변 유채꽃 잔치」(제주시청 관광과, 064―50―7544)가 열린다. 북제주군 함덕 해수욕장에서도 제주 KBS 주최로 「유채꽃 큰잔치」(제주KBS, 064―40―7326)가 벌어진다.

◆서울 근교 꽃축제

서울 근교에서도 꽃축제를 즐길 수 있다. 과천 서울랜드는 4월 한달간 「튤립나라」 꽃축제를 벌인다. 「세계의 광장」에 조성된 튤립거리에서 시작되는 꽃축제에서는 튤립을 비롯해 각종 봄꽃들이 봄을 전한다. 서구식 정원으로 조성된 「환상의 나라」에서는 클래식카를 타고 다니며 동화 속의 꽃나라를 여행하듯 꽃 속에 파묻힐 수 있다.

에버랜드는 4월1일부터 5월5일까지 150만송이 튤립과 이국적인 네덜란드 풍물이 어우러진 「튤립축제」를 벌인다. 축제가 벌어지는 「포시즌즈 가든」은 지형의 차이를 이용해 입체적으로 꾸민 전형적인 프랑스식 정원으로 네덜란드풍의 건축물과 화사한 튤립의 멋진 조화를 보여준다. 5월3일부터 18일까지 일산호수공원에서는 「97 고양 세계꽃박람회(박람회 추진기획단 0344-966-4667)」가 열린다.<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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