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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간 학력차 무시 교육평등 어긋나/김시영(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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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간 학력차 무시 교육평등 어긋나/김시영(이렇게 생각한다)

입력
199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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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모 외국어고등학교 재학생 가운데 수백명이 대학입시에서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신등급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학교를 자퇴하고, 그들의 학부모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학부모가 헌법소원을 낸 이유는 각 고등학교 재학생들간의 학력의 차이를 무시한 채 상대평가 방법으로 내신등급을 결정하는 현행 고교내신제도가 헌법상 보장된 교육의 기회균등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등이었다.그러자 사회 일각에서 그와 같은 학부모들의 태도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로 내신평가에 있어서 불리한 줄을 뻔히 짐작하면서도 자유의사로 특수목적고에 입학한 이상,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것도 감수하여야 할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제기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러한 비난 여론의 근저에 흐르고 있는 위험한 사고 가운데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평등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들 수 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결과에 있어서도 절대적으로 평등하여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제도에도 반영되었다. 그 결과 과거에 과외수업을 근절하고 중등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분으로 기존의 세칭 일류 중·고등학교를 없애서 각 학교간에 명문대 입학률로 드러나는 우열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각 학교별로 상대평가에 따른 내신등급으로 조절하여 결과에 있어서 평등을 인위적으로 실현하고자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된다.

그러나 자유주의에 입각하고 있는 한 결과에 있어서의 평등을 국가가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한 정책목표도 그렇게 두어서는 안된다. 특히 개인의 능력에 따라 차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분야, 예를 들면 체육이나 예능분야에서의 소질 따위는 각 개인에게 아무리 균등한 기회를 보장한다고 해도 결과적인 평등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 점은 학력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따라서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운동을 보다 많이 시켜서 국가대표선수로 육성한 다음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각 고등학교에서 상대적으로 평가한 체육에 대한 내신성적을 감안하여 국가대표선수를 선발한다면 이는 크게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학력이 우수한 학생은 보다 나은 여건 하에서 학업에 전력하게 하여 예를 들면 노벨상 등을 수상해서 국가와 민족에 공헌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의 방향을 설정하여야 한다. 이렇게 각자의 소질과 재능을 개발하고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평등의 개념 또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올바르게 이해한 것이다.<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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