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루간스키/9일 오피츠/14일 술타노프/27일 가브릴로프피아노를 좋아하지만 지갑은 얇은 음악애호가들에게 3월은 잔인한 달이 되겠다. 독일 피아니스트 산맥의 거봉 빌헬름 켐프를 잇는 게하르트 오피츠(44), 러시아 피아니즘의 장엄한 유산을 물려받은 안드레이 가브릴로프(41), 니콜라이 루간스키(25), 알렉세이 술타노프(28)가 한꺼번에 내한한다. 8일 루간스키(문화일보홀 하오 5시·02―598―8277)를 시작으로 9일 오피츠(하오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48―4480), 14일 술타노프(하오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391―2822), 27일 가브릴로프(〃·02―737―6866)가 공연한다.
오피츠는 BMG에서 나온 브람스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을 통해 독일 피아노음악의 당당한 계승자로서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빌헬름 박하우스, 발터 기제킹, 빌헬름 켐프 등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의 죽음으로 독일 피아노음악의 한 시대는 가버렸다고 애석해하는 이들에게 오피츠는 새로운 희망이다. 77년 이스라엘서 열린 루빈슈타인 콩쿠르의 첫 독일인 우승자이다. 평론가들은 그의 연주를 남성적인 힘과 기교, 정확성, 낭만성 등으로 요약한다. 이번 무대는 자신의 본령에 속하는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한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3인은 서울 연주에 공통적으로 쇼팽을 넣고 있다. 가브릴로프와 루간스키는 각각 74년, 94년 차이코프스키콩쿠르에서 승리한 선후배이며 술타노프는 89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95년 쇼팽콩쿠르 우승자이다. 가브릴로프는 쇼팽의 발라드와 연습곡,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연주한다. 「건반 위의 사자」로 불렸던 철완의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는 루간스키를 두고 「강철같은 터치의 소유자」라고 평했다.
루간스키와 술타노프는 앞날이 더 기대되는 20대 신예에 속한다. 루간스키는 쇼팽 외에 베토벤의 「템페스트」,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술타노프는 쇼팽, 하이든 외에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2번」과 차이코프스키의 「둠카」를 들려준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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