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과 바꾼 마다가스카르 거북 미선 수만불/거액차익에 세계 희귀동식물 암거래 급증방사무늬거북. 마다가스카르 남서부에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머리는 노랗고 등딱지는 볼록 솟은 돔 모양으로 검은 바탕에 노란색 별 무늬들이 아름답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보호받도록 돼 있으며 당연히 수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 거북은 현지에서 한 마리에 최저 30센트, 기껏해야 1달러35센트만 주면 살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 밀수입될 경우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시장에서 1만달러를 호가한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최근 보도한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희귀종 동식물을 거래하는 암시장 규모는 100억∼2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어로야생생물국의 앤-베리 웨이드 대변인은 『희귀 동식물 암거래는 규모와 이윤에서 불법무기밀수와 맞먹는다』며 『96년의 경우 미국이 구매액면에서 단연 1위로 30억달러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같은해 미국이 마약구입에 쓴 돈이 300억달러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소비자는 대개 미국과 유럽의 광적인 애완동물 사육자, 희귀 동식물 수집가, 대만 중국 한국 동남아의 한약상 등이다. 밀수형태도 다양하다. 뱀과 거북은 오랜시간 여행에 먹을 것을 주지않아도 잘 견디기 때문에 산채로 들여온다. 반면에 희귀종 나비와 딱정벌레같은 곤충은 표본 형태로 팔린다. 코뿔소뿔이나 호랑이뼈는 약재로 위장해 들여온다.
동식물 밀수가 급증하는 것은 밀수 중에서 마약 다음으로 이윤율이 높고 단속에 걸릴 위험이 적으며 처벌도 약하기 때문이다. 어로야생생물국의 법률집행담당과장 톰 스트리글러씨에 따르면 호주산 검은 야자앵무새의 알 40개를 몰래 매단 조끼는 하나에 적어도 1만달러 가치가 있다. 특히 세관이 별로 관심을 갖지않기 때문에 코카인같은 마약보다 훨씬 밀수하기 쉽다. 인도네시아산 오랑우탕의 경우 선원들을 통해 대만이나 방콕 암시장에서 5만달러쯤에 거래된다. 마다가스카르 북서부산 희귀종 쟁기거북은 2만달러를 호가한다. 400마리도 채 안 남은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산 거미원숭이는 한 마리에 5만달러까지 나간다. 인도네시아산 코모도도마뱀도 5만달러를 호가한다. 파라과이 브라질 볼리비아 밀림에 사는 앵무새의 일종인 히아신스매카우는 1만5000∼2만달러.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남동부 섬에 서식하는 새날개나비 표본 한쌍은 2,500달러쯤 한다.
공급지 주민들의 어려운 경제사정도 동식물 밀수의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경우 93년 공산체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했다. 희귀동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아열대지방은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낮은데다 동식물보호 의식도 없다. 당국의 단속도 거의없어 「손쉽게 잡아가면 그자리서 빵으로 바꿀 수 있는 사냥」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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