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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손 이영수 사장(비즈니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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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손 이영수 사장(비즈니스 스타)

입력
1997.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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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광고로 유명세 치르지만/정직과 원칙으로 일관한 골프가방 제조 20년 외길중소기업인 이영수(60)씨는 최근 두달사이 부쩍 세간의 관심을 모은 사람이다. 그는 사비를 털어 두번에 걸쳐 「파업이 옳은 일인가」 「마피아 총대로 만든 잣대」라는 광고를 신문에 냈다. 광고에서 그는 경제를 위기로 몰고가는 파업을 자제하도록 호소했고, 한보사건을 종결한 검찰을 마피아단으로 비난했다.

일련의 광고로 「돈키호테」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이런 「돌출행동」을 빼면 그는 한 견실한 중소기업의 평범한 경영자이다. 총자산 50억원에 지난해 매출 67억원. 세계 유명골프장 어디서든지 그의 회사 재이손의 영어이름인 「제이슨(Jason)」상표가 붙은 골프가방을 발견할 수 있다.

『20년 넘게 골프가방을 만들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혔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피눈물이 마르는 고통의 세월이 있었다』

그가 골프가방 제조업을 시작한 것은 74년. 남의 사무실 한 구석을 빌려 헌가구점에서 사온 책상 하나를 놓고 시작했다. 사업자금은 현금 4,000원이 전부였다. 부인 손명자씨와 함께 서울 북가좌동 지하실공장에서 가방을 만들어 낼 때부터 이씨는 「품질관리」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자연불량률이란 없다. 100개 만드는 시간과 비용으로 105개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의 수익은 바로 땀에서 나온다』

사업 초창기에 가방 300개가 약간의 불량이 있는채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잘못된 부분만 손을 봐서 수출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이렇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직원을 시켜 가방을 공장 인근 개천변에 쌓았다. 소방서에 연락까지 해놓고 가방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 그는 직원들에게 『불량제품은 만들어서도, 팔아서도 안된다』고 그 자리에서 말했다.

상거래에서도 정직을 앞세웠다. 86년 8월 미국의 골프용품 회사인 맥그리거사의 존 볼드윈 판매·마케팅담당 부사장이 이씨에게 「당신의 정직과 상거래 윤리에 감사한다」며 보낸 편지가 이씨의 책상 옆에 액자로 걸려있다. 맥그리거사 경리담당의 실수로 이미 납품이 끝난 가방의 주문서와 신용장이 자꾸 날아와 그 잘못을 설명하는 팩스를 보낸 데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

하지만 그가 철저히 정직과 원칙을 지키면서 사업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가 얼마전 경총 조찬모임에서 공무원들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 울음을 머금었던 것은 억울한 피해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데 대한 자괴감때문이었다. 『한국은 열정과 땀만으로는 중소기업해나가기 어려운 나라』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90년에는 낮은 임금을 탓하며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인력을 구하지 못해 처음 적자를 냈다. 『한국과 중국의 임금수준은 30대 1정도로 보면 된다. 15명의 부산공장 직원 인건비로 한 달에 2,230만원이 나가는데 400명이 근무하는 중국공장에서는 2,500만원이 든다. 중국공장 제품이 생산품질도 낫다』

광고와 강연을 통해 부정과 부패에 물든 한국사회를 고발했던 그는 같은 처지의 중소기업인들에게는 「투명한 경영」과 「근로자들의 권리와 땀을 존중하자」고 당부한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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