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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쯔양의 골프/류동희 국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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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쯔양의 골프/류동희 국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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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의 낚시대가 자오쯔양(조자양)에게는 골프채였다.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무력진압을 반대한 조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연금상태가 어느 정도 완화된 93년 이후 베이징(북경)근교의 골프장에서 엄중한 경호(감시?) 아래 라운딩을 하는 것이 목격되곤 하였다. 95년 춘지에(춘절·설날)에는 당국의 허락을 얻어 광둥(광동)성을 여행하며 과거의 부하들과 함께 골프모임을 갖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문사태가 있은지 3년 뒤인 92년 10월 조에 대한 당의 최종 판정은 ▲국가기밀을 누설하고 ▲당을 분열시킨 과오를 범했다는 것이었다. 국가기밀누설이란 학생시위가 한창이던 89년 5월 중국을 방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최종결정권자는 총서기인 자신이 아니라 덩샤오핑(등소평)임을 알렸다는 것인데, 다분히 희화적이다.

조에게 여러차례 화해의 제스처가 있었으나 그는 끝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무력진압 표결 당시 조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던 후치리(호계립)가 현 지도부와 타협, 권력서열 4위였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부장(장관)직을 맡고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가 「골프소일」을 감수한 것은 등의 「대안」으로서의 자신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의 나이는 78세로 마오쩌둥(모택동) 사망 당시 등의 나이 72세보다 여섯살이나 많다. 그러나 70대의 등이 40대와 50대의 「젊은」 사인방과 화궈펑(화국봉)을 차례로 꺾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모의 대안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20년전의 권력투쟁에서 「아류」는 「대안」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등과 같은 길을 걸어온 조는 정치개혁문제에 있어서는 등과 상반된 시각을 가졌다. 그리고 그 시각차는 학생시위의 대처방법에서 뚜렷이 표출됐다. 등이 사라지고 경제발전에 따라 정치개혁의 요구가 높아진 지금, 대안으로 머물기 위해 불우를 감수한 조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호사가적 관심사 중 하나는 틈만나면 채를 휘둘렀을 조의 골프실력. 천하를 낚은 강태공의 예를 따랐다면 타수에는 신경쓰지 않았을 법한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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